[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한국지엠이 지난 9월 201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월별 판매 기준 내수시장 업계 3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카허 카젬 사장이 지난 9월 새롭게 취임했지만 이렇다할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글로벌 GM의 한국시장 철수 등 한국지엠을 둘러싸고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9월 내수 시장에서 총8991대를 팔아 9465대를 판매한 쌍용차에 업계 3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11년 2월 이후 내수시장에서 완성차업계 3위를 유지하다 6년 반만에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한국지엠의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이 내수 시장에서 월 판매량이 9000대를 넘지 못한 것은 지난 2012년 1월 이후 68개월만이다. 한국지엠의 9월 성적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수에서, 르노삼성이 수출에서 크게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지엠 내수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주력 차종의 경쟁력 약화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노후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 차종인 말리부와 크루즈는 지난 9월 각각 2190대와 417대가 팔렸다. 모두 전년 동월 대비 44.8%, 45.3%가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캡티바와 올란도, 트랙스 등 SUV 모델 3종을 합쳐 총 판매량이 1946대 수준이다.
특히 카허 카젬 사장이 지난 9월 1일 위기 탈출을 위해 새롭게 취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커녕 업계 4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판매량 회복도 문제지만 한국지엠은 아직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카허 카젬 사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임단협 협상도 노사 양측이 서로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무산된 바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후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임금 협상을 논하고 있으니 나아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매각 거부권’이 오는 17일 종료될 예정이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이후 지분매각 거부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GM이 한국지엠의 지분을 매각하고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GM 본사는 최근 해외사업부문을 남미와 통합하고 총괄 임원에 배리 엥글 사장을 임명하는 등 글로벌 시장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SUV 라인업 확대를 위해 계속 고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노동자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