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1·2차 회의를 거친 결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단계에서 이 같은 여론조작 의혹이 있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5년 11월3일 '중고등학교 교과용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찬성 의견 15만2805명, 반대 의견 32만10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진상조사팀은 이 중 의견 수렴 마지막 날인 2일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동일 양식과 내용으로 제작해 ‘차떼기 제출’ 논란이 일었던 일괄출력물 형태의 의견서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 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가 53박스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장수로는 4만여장에 달한다.
진상조사팀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26박스, 약 2만8000장을 조사했는데, 동일한 의견서 양식 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형식 요건을 충족한 찬성의견 중 1613명은 동일 주조시를 기재해 제출했다.
또 찬성 의견서 중 일부는 개인정보란에 비상식적인 내용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이완용’, ‘박정희’, ‘박근혜’ 등이 발견됐다.
조사팀이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명 중 무작위로 677명을 추출해 유선으로 확인한 결과, 이 중 252명만 응답을 했다. 특히, 응답자 중 찬성의견서 제출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129건(51%)이었고,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가 64건(25%), 인적사항 불일치가 12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47건으로 확인됐다.
‘차떼기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직원은 “밤에 찬성 의견서 박스가 도착할 것이므로 의견서를 계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직원 200여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일부 혐의자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의 신분을 갖지 않아 진상조사팀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작업 과정에 청와대가 사전에 기획하고 교육부를 지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노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메모노트 등을 검토해 보면 여론 개입 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가 완료된 지난 5월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교과서를 담당하던 역사교육정상화 추진단 명패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