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닻 올린 '신동빈호'…남은 과제도 산적

호텔롯데 상장·두 개의 재판 '변수'…반쪽짜리 지주체제 지적도

입력 : 2017-10-12 오후 4:03:49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숙원이었던 지주회사 닻을 올렸다. 그룹의 모태회사인 롯데제과(004990)를 중심으로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이 합병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12일 이사회 승인을 통해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롯데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천명해온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쪽짜리 지주회사'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안정된 지주회사 체제 구축까지 롯데그룹과 신 회장 앞에 놓여진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기존 50개에서 13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됨으로써 경영투명성 제고와 함께 사업과 투자부문 간의 리스크가 분리됨에 따라 경영효율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쇼핑(023530), 롯데칠성(005300)음료, 롯데푸드(002270)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할합병비율은 롯데제과 1을 기준으로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지주사 출범에 따라 신 회장의 그룹 경영권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0%에 달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4.5%에 그친다.
 
한편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이날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이번 지주회사 출범은 국민께 '변화하고 혁신하는 롯데'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던 것을 실현하는 본격적인 걸음"이라며 "100년 기업을 향한 롯데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려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지금까지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던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가장 큰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서 호텔롯데의 상장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첫 단추로 평가됐으나 검찰 수사 여파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상장 재추진에 여러 변수들이 있는 탓에 이번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4개 계열사 분할합병 작업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지만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호텔롯데 상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약 90여개에 달하는 한국롯데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호텔롯데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을 둘러싼 두 개의 재판도 지주사 체제 안착을 위한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뇌물공여죄 1심 선고는 빠르면 10월중, 늦어도 올해 12월경 열릴 예정이다.
 
신 회장은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뇌물로 제공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입점 부정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1심에서 유·무죄 여부가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신 회장은 경영 비리와 관련해 1750억 원 대 횡령배임 혐의로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 결과 또한 12월 말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법원의 판단에 롯데그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에 하나 신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그룹 총수 자리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비리경영인을 철저히 배격하는 일본의 기업문화상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도 있어 지주사 출범 이후 남겨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지주사 체제를 공식 출범했지만 완전한 통합을 위해선 한국롯데에 다양한 지분을 갖춘 호텔롯데와 지주사 간 통합작업이 급선무"라며 "신 회장의 신변을 가늠할 재판들도 중대한 변수로 남아있는 만큼 올 연말까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공식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황각규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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