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 2470선을 돌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대형주와 소형주의 수익률 격차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올 들어 지수 랠리를 주도한 대형 IT주들은 북핵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 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불확실성 요인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반면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 종목들은 잇따른 악재에 흔들리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대형주 상승에 힘입어 고점을 높인다 해도 증시 전반의 불균형을 반영하지 못하면 지수 대표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가 20% 오르는 동안 대형주와 소형주 수익률은 각각 25.51%, -3.3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랠리 장세에서 대형주가 대부분의 과실을 가져간 반면 소형주들은 외면받은 것이다. 지수가 조정받았던 최근 3개월 동안에도 대형주는 3.95% 올라 선방했지만 소형주는 6.25% 손실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2474.76으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서도 대형주는 0.70% 오른 반면 소형주는 0.17% 상승에 그쳤다.
대형주 가운데서도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는 올 들어서만 94.54% 오르며 주가가 2배 가량 뛰었고, 삼성전자도 51.36% 수익률로 1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하는 만큼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보합권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연휴 이후 이어진 강세장에서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이처럼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악재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을 밀어올리는 대형IT주들은 반도체 업황 호조가 악재를 누를 만큼의 모멘텀으로 작용하는반면, 그 이외 대부분의 종목들은 뚜렷한 상승 요인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북미 긴장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잇따른 악재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글로벌 장기 호황 국면에서 상승폭을 키우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IT업종의 강세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3분기 어닝 시즌 동안 이들 종목은 악재에 반응하기보다 실적 상향에 집중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위주의 랠리가 실제 경기 흐름과의 괴리를 키우며 지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 산정 방식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형주 영향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실물경기와 지수를 비교할 때 괴리가 커질 수 있다.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24포인트 오른 부분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20포인트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했을때 지수는 강보합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시장 체감 경기와의 차이가 커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2470선을 돌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대형주와 소형주의 수익률 격차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기여도가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