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악화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말한다. 사망률이 높지만 근본적 치료가 어려워 조기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식 부족으로 질환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20만4500여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 환자가 14만3700여명으로 여성 환자(6만여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70대가 37%로 가장 많았고, 60대 26%, 80대 20%, 50대 12% 순이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연기, 유독물질, 공해 등의 흡입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어려워지는 호흡기질환이다. 학계에서는 국내 40세 이상에서 약 14%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과 관련이 있을 정도로 흡연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다. 폐기능의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기침이나 가래, 경미한 호흡곤란을 겪다가 중증이 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진다. 심하면 합병증이 동반돼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본적인 약물치료는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기 때문에 병이 진행되기 전에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이 독감이나 폐렴과 같은 감염질환에 걸리면 급성악화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독감과 폐렴구균 같은 예방접종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증상만으로 기관지 천식이나 폐암, 심부전증, 염증성 폐질환, 기타 호흡기질환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와 폐 자체의 손상에 의해 회복될 수 없는 기도 폐색으로 폐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증상을 나타낸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이른 아침에 심하게 기침을 하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반면 천식은 주로 밤에 또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천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증상이 날마다 다른 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중년기에 들어 서서히 시작된다. 대부분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들에게 잘 발생한다.
미세먼지도 위험요소다. 각종 유해물질이 농축된 미세먼지는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몸에 축적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미세먼지를 많이 흡입하게 되면 급성악화는 물론 만성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기능이 떨어진 폐에 계속해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 폐암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침, 가래, 재채기 등 감기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기관지염, 폐렴 등 이차 세균감염이 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관지천식이나 COPD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는 급성악화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주로 호흡기를 통해서 체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가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방진마스크 착용이 도움 된다. 마스크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인 KF 인증을 받은 제품을 써야 효과적이다.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차단이 잘 되지만 답답한 느낌이 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KF80 정도만 쓰면 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샤워를 통해 머리카락이나 옷 등 몸에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 또 목 안이 건조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하루 1.5~2L 정도의 양을 마시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소와 알긴산이 많아 함유된 김, 다시마, 미역 메생이 등 해조류는 미세먼지 속 중금속 세균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삼과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은 미세먼지 속 이물질과 세균의 체내 흡수를 감소시켜 준다. 또 마, 연근, 야콘 등 뿌리채소에 함유된 뮤코다당류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 좋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유해물질 노출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깨끗한 생활 환경과 직업 환경이 중요하다. 호흡기 감염질환에 의한 증상악화가 빈번하므로 인플루엔자 및 폐렴알균 예방접종과 같은 감염증에 대한 예방도 필요하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번 손상된 폐기능은 회복이 어렵지만 금연을 하면 증상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폐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조기발견과 예방조치를 통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흡연이 가장 주요한 발병 위험요소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적잖다. 기침이나 가래, 경미한 호흡곤란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