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인수합병) 시장에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이 지난 3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몸값이 높은데다 강력한 인수의지를 보이는 후보도 없어 매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사옥. 사진/뉴시스
17일 M&A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매각가는 2조원 안팎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외 10여곳의 기업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력한 인수의지를 내비친 곳은 아직까지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보다 해외 기업의 관심이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애초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사세를 확장한 부영이나 호반 등이 인수후보 대상장로 거론됐으나, 대우건설의 덩치가 워낙 커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주택사업에 강점을 보이는 대우건설이 부영이나 호반과 여러 분야에서 사업이 겹쳐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게 평가다.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등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이 봤을 때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75% 전략을 매각할 방침인데, 총 주식 2억1093만1209주는 17일 종가 기준 1조503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일 경우 2조원이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의 몸집이 크고, 사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됐다는 점과 함께 실적의 대부분이 국내 주택사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매각의 불안요소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주택비중이 높은 대우건설은 내년 주택경기가 침체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분할 매각할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고 있다. 주택사업과 토목·건축 등 나머지 사업부를 분할할 경우 몸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총 지분 50.75% 가운데, 경영권 지분(33.34%)를 우선 매각한 뒤 나머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매각하는 방식이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내달 13일까지 대우건설에 대한 예비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한편, 대우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800억원, 영업이익 2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8%, 10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특히 국내 주택과 건축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2% 증가하면서 대우건설의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