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채혈이 필요하다며 여자 환자의 속옷을 강제로 내린 모 대학병원 인턴의사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모 대학병원 인턴의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한 김씨는 지난 2015년 10월 원인 불명의 고열로 입원한 피해자 이모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동맥 채혈을 한다는 이유로 이씨 환자복 바지와 팬티를 손으로 잡아내려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타구니 채혈을 요구한 김씨는 이씨가 '꼭 그래야 하냐'고 묻자 '예'라는 대답과 함께 속옷과 환자복 바지를 한꺼번에 내려 피해자의 주요 신체 부위가 노출되도록 했다.
김씨는 "채혈을 하기 위해 피해자의 하의를 내렸고 이는 정상적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동의한 것으로 인식하고 채혈을 진행하려고 한 것이므로 추행의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피고인이 의료행위를 목적으로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피해자의 하의를 내리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하의를 내리는 행위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벌금 30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역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추행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들어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30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