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문구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문구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 앞 골목상권인 문구소매점들이 살아야 소매점-중간 도매·유통업체-중·대형 문구업체가 공존하는 생태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큰 중·대형 문구 도매·유통업체들은 문구 고부가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발족한 한국문구인 미래혁신위원회를 통해 ▲문구 정찰가 생산·판매 ▲생산 업체별 중복상품 자제 ▲고부가가치 브랜드 상품 개발 등에 힘쓸 계획이다. 또 ‘KMG’ 공동브랜드를 활성화기로 하고, 대형·소형매장 등에서는 ‘문구 편의 Shop’의 공동간판을 사용하기로 했다.
문구단체 3곳 등은 다이소 규제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대자본으로 커진 다이소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문구업계 파이를 빼앗아 독식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강남역 인근에 몰려있는 3곳의 다이소를 무분별한 상권 장악의 사례라고 주장한다.
현재로선 다이소를 유통산업발전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다이소는 법에 따른 대규모점포(매장 면석 3000㎡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통시장 1km 이내 출점 제한, 의무휴업, 신규 출점 시 인근 중소상인과 상생협의 의무화 등을 할 필요 없이 매장을 늘릴 수 있다. 다만 다이소가 문구류 품목을 줄이도록 압박을 가할 수는 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문구업계 등에서 다이소의 골목상관 침해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다이소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업종 권고대상 관련 논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적합업종 권고대상 논의를 거치더라도 규제 수준은 미미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구소매업은 2015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3년간 대형마트의 사업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됐다. 당시 대형마트 3사를 상대로 문구소매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한 단체는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인데, 당초 60개 문구품목을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주장했지만 결국 18개 품목을 얻는데 그쳤다. 당시 다이소 이슈는 없었다. 이성원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현재) 다이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형마트랑 적합업종 합의할 때 가장 큰 문제였던 납품업체 피해 문제 때문에 약한 수준으로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지금 다이소가 문구품목 축소에 합의해줄지도 미지수이지만 합의해도 어느 정도 실효성이 담보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이소가 문구품목 판매를 자제한다고 해도 결국 대형마트 3사와 비슷한 18개 품목 수준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세 문구소매점이 남아 있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는 지역화폐 일종인 상품권, 쿠폰 도입이 있다. 경기 성남시의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성남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상품권의 판매량은 2015년 133억원에서 청년배당 시행 첫 해인 지난해 249억원으로 증가했다. 상품권 회수율은 올해 상반기 99.7%로 나타나 사용률이 높았다. 가맹점은 2015년 5277곳에서 올해 7679곳으로 늘어났는데, 문구점 34곳이 추가 등록했다. 청년배당과 지역화폐가 맞물리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소득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무국장은 성남시 사례를 분석해 지역 상품권이 문구점 소득 증가에 실제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분석할 방침이다. 또한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학습준비물 무상지원 제도 개선을 교육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결국 꼬여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구 유통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문구업계의 위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답은 없는 것 같다. 다이소의 등장이 문구업계 유일한 원인도 아니다”라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학생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그래야 골목상권 소상공인 살아나갈 수 있고 중간 단계 업체들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코엑스에서 30회 서울국제문구·학용·사무용품종합전시회가 열렸다. 신제품 경진대회에서 산업통상부장관상을 받은 신양 만능테이프.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