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문구시장은 이미 많이 축소돼서 생계유지형 상인들이 많고, 학교 앞 문방구는 벌써 상당수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D사가 문구시장을 다 먹어버려 충격이 더 심하다.”
26일 기자와 만난 이동재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알파문구 회장)은 문구업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D사는 매출 1조가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다이소다. 이 이사장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문구업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다이소가 문구업계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정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싸움에서 인력·자본·환경에서 밀려 항상 패할 수밖에 없다”며 “다이소가 문구품목을 줄이도록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다이소는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지 자꾸 문구를 늘리니까 문구업계는 먹고살 길이 막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구문구공업협동조합 등 문구업계는 생활용품점인 다이소가 영세 문구업종 35%가량을 판매하고 있다며 문어발식 확장에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이소는 지난해 기준 1조3055억원 매출을 기록해 기업형 슈퍼마켓인 지에스(GS)슈퍼마켓(1조4244억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에스 슈퍼마켓은 한 달에 2일 실시되는 의무 휴업에 해당되지만 다이소는 그렇지 않다. 다이소가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은 다이소가 1000개 이상의 점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강남역 인근에만 4·10·12번 출구 쪽에 매장이 있다.
이 이사장은 “다이소한테 다 빼앗기면 문구영역이 없어진다”며 “차선을 너무 침범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화물차는 화물차, 버스는 버스, 소형차는 소형차 노선이 있는 것처럼 차선을 지켜야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문구인들은 26일 오후 4시 세종호텔에서 업계 자구책 마련과 다이소이슈 등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한국문구인 미래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이사장과 오세인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문구시장 혁신 방안에는 ▲문구 정찰가 생산·판매 ▲생산 업체별 중복상품 자제 ▲고부가가치 브랜드 상품 개발 등이 담겼다. 또 문구인들은 국내·외에서 ‘KMG’ 공동브랜드를 활성화기로 하고, 대형·소형매장 등에서는 ‘문구 편의 Shop’의 공동간판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 문구업계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을 묻기 위해 다이소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다이소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