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대북문제에서)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과 고향방문이라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바람들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으로 남북 평화와 공존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통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방문을 허용하자고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의 무응답으로 문 대통령의 제안은 무위에 그쳤지만 이날 연설을 통해 낮은 단계의 인도적 교류에서부터 남북관계를 단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기조는 유효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한 순간도 이북도민과 이산가족의 염원을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지역 향토문화의 계승·발전과 무형문화재 발굴 지원에 힘쓰겠다고도 말한 문 대통령은 “이북5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외거주 이북도민들의 고국방문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대상 맞춤형 교육과 일자리 창출 방침도 밝히며 이같은 노력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가는 길이라는 말도 했다.
다만 북한 김정은정권의 도발에는 국제사회와 연계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무모한 도발은 결국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이 깨닫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흔들림 없는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단계적이며 포괄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연설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북의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하다”고 말한 것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며 대한민국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어왔다”며 “저도 이러한 경쟁 속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곳에 계신 이북도민 어르신과 탈북주민 모두를 대한민국의 품으로 이끈 것은 민주주의이다.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라고 언급했다.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열린 이북도민 체육대회는 전국 850만 이북도민과 3만 탈북민이 실향의 아픔을 달래고 통일의 염원을 모으자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행사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후 경기장을 나서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