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영 정경부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반도 안보위기를 경제문제로 접근해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민 의원은 평양과 개성을 배후로 해주·남포를 황해권 국제경제도시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인 통치자의 결심에 따라 모든 규제를 없앨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해당 지역을 4차산업·금융국제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소요 재원은 국제·민간컨소시엄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같은 로드맵이 있어야 한반도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다고 민 의원은 밝혔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정치가 아닌 경제로 접근해 풀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경태 박사는 지난 2014년 펴낸 책 ‘서울 평양 메가시티’에서 서울과 평양을 메가수도권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내놨다. 교통과 통신, 에너지망 등 첨단 네트워크의 발전을 토대로 서울과 평양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연결하고 경제협력을 꾀하자는 것이다. 민 박사는 “네트워크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이 상호보완적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한반도의 미래성장 전략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건축가 고(故) 김석철 교수는 두만강에 주목했다.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지역에 다국적 자유경제도시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경제개발과 개방을 이끌고 주변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식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공동이익을 담보하자고 그는 주장했다.
북한 핵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정치적인 해법을 쉽사리 찾기 어려워보인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 ‘현 시점에서 허황되다’고 평가하는 위 제안들도 논의해볼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제안들이 계속 아이디어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정권 입맛에 따라 잠시 논의되는 듯 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데 있다. 작가 황석영이 이명박정부 시기 내놨던 ‘알타이 연합’이 그 예다. 남북한과 중앙아시아 5개국, 몽골이 참여해 동몽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보자는 내용이다. 황 작가는 논의의 구체화를 위해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라시아 순방에도 동행했지만 정부 내 입장변화로 순식간에 없던 이야기가 돼버렸다.
정권의 부침에 상관없이, 긴 호흡의 통일 국가전략을 세우고 이를 담보하는 연구를 주문하는 것은 헛된 일인가. 우리 정치의 특성상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정부 시기 통일준비위원회를 봐도 그렇다. ‘중장기적인 통일비전과 남북협력 아이디어 수립’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지난해부터 위원장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올해는 회의 개최도 못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정권에 따라 출범과 해체를 반복하며 예산만 낭비하는 대통령 직속위원회 운영은 지양해야 한다는 교훈만 재차 던져준 듯하다.
정부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는 대북정책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점은 문재인정부도 강조하고 있다. 남북합의의 국회 비준이나 법·제도화를 통한 교류협력 기반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그 예다. 다만 아직까지 선언적 성격을 넘어 구체적인 결과물은 보이지 않는다. 남은 임기를 지켜볼 일이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