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풀어야할 과제는 여전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한 것과 달리 국내 여러 규제를 피해가며 아직 국내 경쟁사들과의 역차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논란에 대한 이케아의 태도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를 경우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케아는 국내 진출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케아의 국내 상륙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컸지만, 채용, 제품가격, 일본해 명칭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케아에 대해 오히려 실망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나서기도 했다. 이케아는 서랍장 안전문제로 미국 어린이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북미시장에서 대량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환불을 해줄 뿐 리콜조치는 하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원과 정부가 해당 제품에 대해 리콜 권고조치를 내렸고 뒤늦게 리콜계획을 밝히며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리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회수율도 낮은 수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수(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제가 된 말름 서랍장의 제품 회수율은 16%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리콜 명령이 내려진 제품의 평균 회수율이 41%(2013~2015년 평균) 수준임을 감안하면 회수율이 저조한 축에 속한다.
이처럼 이케아의 안일한 대처방식이 계속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환호가 반감으로 바뀔 여지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케아의 유연하지 못한 대처방식이 이어질 경우 이에 대해 분노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다국적 기업이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태에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졌던 과거 사례들로 봤을때 이케아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풀어야할 과제다. 이케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세계 28개국, 34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가구 뿐 아니라 생활용품, 푸드코트, 식품매장까지 갖춘 사실상의 복합쇼핑몰이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의무휴업 등 규제의 칼날도 피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그동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복합쇼핑몰이나 아울렛도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은 의무휴업일 등 대형마트 등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게 됐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되는 이케아는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케아는 지난해부터 식기류 판매도 시작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이케아에서 판매 중인 9000여 종에 달하는 제품 중 가구의 비중은 40% 수준으로 오히려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잡화의 비중이 더 크다. 무늬만 가구전문점으로 규제를 피해간다는 지적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케아코리아는 설날과 추석 당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있다. 월 2회 휴무일로 정하는 대형마트 등과 달리 연 2회 만 영업을 쉬고 있는 셈이다. 관련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광명점을 포함해 최근 문을 연 고양점도 의무휴업 규제를 받게된다. 이에 이케아 측은 의무휴업과 관련해서는 국내 법과 규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 관계자는 "복합쇼핑몰로 인해 주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합쇼핑몰로 볼 수 있는 이케아가 아무런 제재가 없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사각지대를 틈타 외국계 기업들이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케아가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큰만큼 특성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며 골목상권과의 상생, 그리고 형평성 측면에서 이케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