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회복 국면을 보이면서 국내 제약사의 중국 진출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당국이 임상과 허가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혀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국내 제약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150억달러(약 128조원)에서 2020년 18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의약품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 전세계 제약사들의 진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신속하지 못한 임상과 허가 절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세계 의약품들이 많이 몰려들어 시간이 지연되고,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허가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신청하고 승인이 나려면 최소 1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상부터 시판허가까지 7년 이상이 소요된다. 최종 승인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전언이다. 실제 셀트리온은 2014년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임상시험을 중국에 신청했으나 2017년 5월에야 승인이 났다.
이런 허가 장벽으로 인해 중국 진출에 성공한 국내 제약사들도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 13개 국산 의약품이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국(China Food and Drug Administratio, CFDA)에 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 CFDA가 규제 완화에 나서 국내 제약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FDA는 해외 임상시험 결과를 수용하고, 임상시험 신청 승인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공론화했다. 중국 내부에서 제약산업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식약청이 홍콩이나 대만 등 국가에서 시행한 임상자료를 인정해주고 있다. 임상시험 승인 기간도 기존 1~2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어들었다"며 "해외 임상시험을 인정해주면 최종 허가까지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사의 중국 진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램시마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 등 다국가 임상시험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규정 완화의 수혜가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중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첫 해외업체다.
한미약품은 폐암 치료제 '올리타'의 중국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1·2상을 생략하고 바로 3상을 시작해 개발 기간을 3~4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휴젤은 보톡스 '보툴렉스'로 중국 3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10월 유전자치료제 'VM202'의 중국 3상을 승인받았다. 신라젠은 중국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의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항혈전제 '실로스탄CR', 대화제약은 항암제 '리포락셀'로 중국 기업에 기술수출했다. 휴온스는 점안제 사업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보령제약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해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글로벌 제약사 허가 경쟁도 치열하다"며 "중국에서 허가를 받으려면 규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술이전이나 공장설립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