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여행업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고, 사드 보복을 기회 삼아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중은 지난달 31일 한중관계개선 협의문을 발표했다. 사드 갈등을 일단락 짓고 관계 회복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해빙기를 맞은 셈이다.
여행업계는 사드 보복 또한 해제될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당장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직 아웃바운드(국내서 국외로 여행)·인바운드(국외서 국내로 여행) 모두 눈에 띌만한 변화가 감지된 건 없다"며 "양국 간 반짝 외교로 모객이 확 늘어나지는 않는다. 중국 현지에서는 비자대행도 아직 안 풀려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는 있지만 피부로 와 닿는 수준의 변화는 없다"며 "예전에 중국인이 많이 찾을 때에는 대규모 기업에서 단체비자를 끊고 왔는데 지금은 아니다. 개인비자 관련된 문의만 가끔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늘려면 3개월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먼저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올 시그널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일명 '금한령' 해제가 그것이다. 금한령 해제 뒤에야 본격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조성될 수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중국 내 여행 관련 행정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사드 보복 이후 줄어든 중국발 한국행 비행기 공급도 늘려야 하고,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본격적으로 호텔, 버스, 여행상품 생산에 돌입해야 한다. 겨울에 접어든 국내 여행이 비수기인 점도 변수다. 당장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중국인이 급증할 것이라는 데 물음표가 달리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중국 여행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사드 이후 겪은 위기를 여행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중 관계 개선과 별도로 동남아, 중동, 대만 등 여행상품 다양화를 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중 관계는 한미일 관계, 남북 관계 등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참에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뿐만 아니라 기타 주요국 등으로 여행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작은 변화에도 여행·유통·면세도 영향을 너무 심하게 받았다"며 "저가 출혈 경쟁으로 한국 이미지가 나빠지는 측면도 있었다. 사드 보복을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여행업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