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우리은행(000030) 차기 행장에 손태승 부문장 등 한일은행 출신과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 외부 인사가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차기 행장 후보에는 올 1월 행장 선임 당시 후보자군도 귀환하는 모습이다. 오는 12월 주주총회까지 행장을 선임할 경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미 검증된 후보자를 살펴 은행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김승규 전 부사장, 신상훈 사외이사,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손태승 부문장, 이동건 전 그룹장, 김양진 전 부행장. 사진/뉴스토마토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이사회는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회의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과 후보군, 선임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경영과 조직안정이 필요한 만큼 최대한 서두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외부 공모 등에 대해선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임추위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박상용 전 연세대 교수,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5개 과점주주(한화생명·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동양생명·IMM PE)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여기에 1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 18.5%)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예보는 이 행장 연임을 결정하던 당시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2016년 신입행원 채용비리로 경영공백이 발생한 만큼 비상임이사로 포함될 여지도 충분하다. 예보는 지난 6일 "우리은행 임추위원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으로, 현재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단 ‘현재’라는 단서를 달면서 정부가 우리은행 인사에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차기 행장 후보군 출신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돼 만들어진 만큼, 해묵은 계파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 가며 행장에 올랐다. 그러나 2014년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 후임으로 또 다른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결정됐다.
따라서 이번에는 한일은행 출신 부행장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현직 부행장 중에 가장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한일은행 출신의 손태승 선임 부문장이다. 손 부문장은 우리은행 내 3개 그룹 부문장 가운데 글로벌 부문을 맡고 있으며, 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과 우리금융지주 상무로 역임하며 금융지주 민영화를 담당했다.
아울러 현재 이 행장의 일상 업무를 위양받아 수행 중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행장업무 대행이라는 프리미엄도 받는다.
이와 함께 지난 2014년과 올 초 우리은행장 후보로 올랐던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과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도 다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이미 검증을 마친 후보자라는 점에서 행장 선임 절차를 축소할 수 있다.
특히 올 초 이 행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이동건 전 그룹장의 경우 모바일 뱅킹인 위비뱅크와 위비마켓 등 모바일 금융플랫폼 업무를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내며 주요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전 그룹장이 총괄했던 영업지원그룹 내 HR지원단이 있었다는 점은 발목을 잡는다.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 인물로는 우리금융 계열사였던 경남은행을 이끈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계파 논란을 제외하고 새로운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만약 외부 출신이 행장을 맡게 되면 우리은행은 2008년 이팔성 회장 이후 10년 만에 외부 수장을 맞게 된다.
박 전 행장의 경우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해 은행 간 계파 싸움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데다 우리투자증권 부사장, 우리금융지주 전무로 역임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예금보험공사가 이사회에 참석할 경우 행장 선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박 전 행장이 경남고 출신이라는 점은 오히려 낙하산 논란이 돼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금융권 노조가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민영화 첫해이고 지주사를 향해 가고 있는 만큼 은행의 안정이 필요하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춘 낙하산 인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민영화 이후 첫 행장이고 우리은행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우리은행장은 반드시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 만한 내부 인사로 선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허 위원장은 또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아무 명분이 없다"며 "행장 선임에 정부가 예보를 앞세워 다시 관여한다면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정부의 경영개입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은 거짓말에 불과한 것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