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에도 임산부만 주차 가능한 전용주차구역 설치가 추진된다. 1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선갑 의원은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조례가 통과되면, 경기도와 충청남도 등 일부 다른 지자체에 있는 임산부 주차 공간이 서울에도 생긴다.
조례안은 출산 장려와 여성 복지 증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서울 공공시설에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는 내용이다.이미 2009년 신설 주차장에 여성 우선 주차공간을 의무화하는 조례가 통과됐지만, 별도의 임산부 주차구역이 따로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는 취지”라며 “여성전용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임산부는 하차할 때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새로운 구역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은 임산부 주차공간 크기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동일한 차량 1대당 폭 3.3m 이상, 길이 5m 이상으로 규정한다. 평행주차형식인 경우에는 폭 2m 이상, 길이 6m 이상이다.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임산부가 탑승했으면서, 임산부 자동차 표지를 붙인 자동차다. 상위법에 처벌 내지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 주차구역과는 달리 어겼을 때 과태료 같은 제재 조항은 없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임산부를 배려하는 제도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나영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은 “이동하거나 차를 타고 내리기 불편한 임산부에게 필요한 조례”라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례안의 임산부 기준이 너무 넓다는 비판도 나온다. 모자보건법의 임산부 기준인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여성’을 조례안이 따라가기 때문이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임신 중인 임부를 위한 제도가 돼야지 출산을 마친 산부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산부에게 전용 주차구역을 준다면 형평성을 위해 노인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할당해야 하고 주차장이 너무 붐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 시의회가 주차장 설치 및 표지 발급 등으로 매년 25억1400만원, 5년 동안 125억7000만원이 넘게 들 것으로 추계하고 있어, 막대한 비용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임산부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지 집행부 및 여성단체 등과 협의할 것”이라며 “조례의 미비점은 조례규칙을 만들 때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북부청의 임산부, 노약자, 여성, 영유아동반운전자를 위한 ‘핑크존’.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