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보일러업계 내 사물인터넷(IoT)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는 홈 IoT 구축 단계가 고도화됨에 따라 이같은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보일러 경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등이 강조되면서 산업 전반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보편화되자 소비자들도 사물인터넷 보일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보일러는 이미 십수년 전쯤 사물인터넷 기술을 탑재했다. 다만 사물인터넷 관련 기반 시설이 부족해 상용화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경동나비엔은 1990년대 후반 전화망을 이용해 보일러를 제어하는 기술을 내놓았고, 귀뚜라미보일러와 린나이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반의 보일러 제어 시스템을 선보였다. 하지만 인터넷과 PC가 있어야만 작동하는 상황에서 보일러만을 위한 원격제어 기술은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물인터넷 보일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배경에는 스마트폰, LTE로 대표되는 통신 기반의 발전이 있다. 보일러 업계는 과거 버전의 보일러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업그레이드하며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의 경우 별도 교체 없이 기존 보일러를 똑똑한 보일러로 재탄생시킬 수 있도록 했다. IoT 실내조절기만 달면 집 안팎에서 보일러 제어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에서 귀뚜라미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보일러 전원을 켜고 끌 수 있고, 온도 설정·24시간 예약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통신사와 연계해 사물인터넷 보일러 보급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는 수많은 잠재 수요자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주목된다.
귀뚜라미의 '스마트 학습'은 사용 패턴을 보일러가 스스로 분석해주는 기능이다. 사용자에 맞는 온도 설정, 각종 기능 설정, 실외 온도 등을 시간대별로 수집해 사용자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주간 온도 스케줄, 기상·취침모드, 외출모드, 목욕모드 등을 자동으로 설정하므로 각 가정에 최적화된 보일러 사용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일러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가진단을 통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유용하다. 사용자가 알림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서비스 신청이 되고, 지역 센터에 접수된다. 사물인터넷의 장점인 빅데이터를 통해서는 누적된 보일러 데이터로 사용자의 보일러 사용 특성을 더 촘촘하게 분석할 수 있다.
경동나비엔은 최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확대 강화한 프리미엄 콘덴싱보일러(NCB 780)를 선보였다.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난방에 활용하는 기능을 갖췄다. 앞서 2013년 '나비엔 스마트 톡'을 출시해 사물인터넷 보일러 시대를 앞당겼다. 경동나비엔은 외출 중에도 방범, 난방, 에어컨, 환기, 조명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나비엔 홈IoT'로 관련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린나이코리아는 '스마트 와이파이 보일러'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서비스 연동으로 사용자 접근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사물인터넷 보일러는 홈 IoT 구축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뿐만 아니라 냉장고, TV, 전자레인지 등 모든 생활가전에 사물인터넷이 확대 적용될 경우 스마트 보일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일러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서는 통신사와 적극적으로 업무 협약을 맺으려는 분위기"라며 "모든 소비자가 통신망에서 움직이므로 보일러를 포함한 제품들을 통신망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효능감이 더욱 커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귀뚜라미보일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 특성에 맞는 온도 설정 기능이 가능하고 하자 발생 시 자가진단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사진=귀뚜라미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