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터미널 영업권 품은 '롯데'…알짜점포 빼 주는 '신세계'

대법원 최종판결로 신세계 철수수순…증축 매장 사용 협상은 '숙제'

입력 : 2017-11-14 오전 11:46:05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인천종합터미널 백화점 영업권을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004170) 간 첨예한 대립이 5년 만에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법원이 롯데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지만 증축 매장 문제 등과 관련해 롯데와 신세계간 협상 테이블이 남아있어 완전한 매듭이 이뤄지기까지 풀어야할 과제도 남아있다.
 
대법원 민사 3부는 14일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2심은 "인천시가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들에도 매수 참여 기회를 줬기 때문에 롯데에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없다"며 인천시와 롯데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인천터미널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1997년부터 20년 장기임대 계약을 맺고 영업 중이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7815㎡)와 건물 일체를 9000억원에 매입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신세계는 "인천시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했고, 비밀리에 롯데 측에 사전실사와 개발안 검토 기회를 주는 등 특혜를 줬다"며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신세계백화점 입장에선 연 매출 8000억원대인 인천점은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은 매출 4위 점포로 알짜 수익원이었고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당초 신세계와 인천시가 맺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임차계약 만료 시한은 오는 19일이다. 새 건물주인 롯데는 날짜에 맞춰 영업장을 비워달라고 신세계에 요구했으나 신세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나갈 수 없다"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신세계는 어쩔 수 없이 알짜배기 점포에서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판결은 났지만 신세계와 롯데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는 아직 존재한다.
 
신세계는 2011년 1450억원을 투자해 터미널 부지에 1만7520㎡의 매장을 증축했고, 자동차 87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타워도 세웠다. 새로 증축한 매장 면적은 전체 매장 면적의 27%에 달한다. 신세계는 이를 인천시에 기부채납하며 2031년까지 20년간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2011년 증축한 매장과 주차타워에서는 앞으로 14년간 더 영업할 수 있는 셈이다.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증축 매장 등을 놓고 양사간 다시 협상테이블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롯데 측은 "같은 건물에서 두 백화점이 영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이어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신세계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혼란 최소화를 위해 롯데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1997년 개점 후 20년간 지역 상권을 함께 일궈온 고객, 협력회사, 협력사원, 직영사원 등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롯데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대법원의 판결 직후 "신세계가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합리적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판결에 따라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물론 오랜 기간 신뢰관계가 구축된 파트너사가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또 향후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선 인천종합터미널 일대에 복합문화공간인 '롯데타운'을 만들어 인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7만9300㎡ (2만4000여평)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 5만6200㎡ (1만7000여 평)를 합친 총 13만5500㎡ (4만1000여평)에 백화점과 쇼핑몰, 시네마, 아파트 단지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
 
 
인천터미널 신세계백화점 부지. 사진/신세계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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