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경쟁력 강화되나…물류비 절감 호재

문 대통령, 러시아 총리에 규제 완화 요청…유럽 시장 경쟁력 강화 될 듯

입력 : 2017-11-15 오후 3:32:46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향후 러시아 등 유럽시장에서 현대차그룹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총리를 만나 직접 현대차(005380) 등을 언급하며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이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등 경제외교에 나섰기 때문이다. 선박이 아닌 철도를 이용하면 이동 시간 단축은 물론 물류비까지 절감할 수 있어 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손쉽게 이용하게 해 달라”며 통관 절차 완화와 열차 확보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투자 특혜계약이 내년에 만료됨에 따라 후속 계약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
 
먼저 문 대통령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크게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그룹 중 TSR을 이용하는 업체는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러시아에 자동차 보수용 순정부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TSR을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TSR 이용이 현재보다 용이해질 경우 러시아 뿐 아니라 다른 유럽 시장까지 부품을 확대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TSR을 이용해 기존 2만2000km에 달했던 러시아 향 자동차 보수용 부품의 운송 거리를 42% 수준인 9200km로 단축했다. 기존 러시아에 대한 자동차 부품의 공급 루트는 부산항을 출발, 인도양, 지중해, 대서양을 통해 발트해로 운송하는 ‘남방해상항로’로 50여일이 소요됐다. 반면 현재는 TSR를 이용해 해상운송 대비 공급 기간 20여일을 단축해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부산항에서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까지 900km는 해상운송을 이용하고, 보스토치니에서 예카테린부르크까지 8300km는 TSR을 이용한다.
 
현대모비스는 특히 TSR를 이용하면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러시아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 중 일부도 TSR을 이용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TSR 통관 절차가 복잡해 물품을 오래 묶어 놓게 되고, 발주 열차가 부족해 열차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고 발주 열차가 많아지면 이들 업체들의 TSR 이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 등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의 TSR 이용이 확대되면 물류비 절감 효과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여기에 현대차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도 등 부품사들도  TSR을 이용할 수 있게되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부품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물류비를 절감해 러시아 및 유럽 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 가격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향후 현대차 등이 완성차를 직접 선박이 아닌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나 유럽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다만 열차가 선박보다는 떨림이 심해 품질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향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를 좀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가지고 있다”라면서도 “아직까지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상태다. 현대차는 올해 10월까지 러시아에서 총12만7597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11% 상승했고, 기아차는 15만2630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5% 상승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용 차량이 배에 실리고 있다.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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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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