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 메고 있다. 비주력 사업부를 매각하고,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조직 신설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19일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캣은 각각 두산엔진 지분과 포터블파워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의 지분 42.66%를 가진 최대주주다. 두산엔진은 선박과 발전소용 엔진을 생산하면서 2000년대 들어 조선산업 호황 덕에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이어진 선박 발주량 감소로 선박용 엔진의 수주환경이 악화됐다. 올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36.46%다.
두산엔진의 부진으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도 부실화 됐다. 3분기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68.52%나 된다. 2분기에 비해서도 4.56%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매각 검토는 연쇄 부진을 끊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두산엔진의 발전설비와 해수담수화 플랜트 등 두산중공업과의 사업 연관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조선·해운 등 전방산업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매각 가능성은 높아졌다.
두산밥캣 포터블파워 사업부는 이동식 전기, 공압 생산장비를 생산한다. 두산밥캣 전체 사업부문 가운데 7.1%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주력 사업이 건설 중장비인 만큼 비주력 사업인 포터블파워 사업부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앞서 지난달 말 두산밥캣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건설장비 법인들을 통폐합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비주력 사업부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두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두산은 2014년 KFC 매각을 시작으로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1조1308억원)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박 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상장한 두산밥캣을 통해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할 '최고디지털혁신(CDO·Chief Digital Officer)' 조직을 신설하는 등 새 먹거리 찾기에도 나섰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가 영입돼 키를 잡았다. 형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그룹 내 주요 사업에 적용해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취임하면서 두산그룹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취임 3년을 앞두고 박 회장의 두산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