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년 2개월 만에 1100원 아래로 내려앉는 등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현 환율수준이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경기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은 1184원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올 11월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16원으로 한국경제의 현재 대내외 여건을 감안했을 때 산업과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1184원보다 약 5.7% 고평가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하락한 109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저점은 1101.4원으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하락 마감한 것은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데는 국내 경제 회복세, 경상수지 흑자 지속, 정치적 리스크 완화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경기가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장을 보이며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또 경기 상황이 좋아짐에 따라 최근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오던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원화가치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른 국제 교역 증가 등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증시 호조세, 북한 리스크 완화·한중 관계 개선 등의 불안요인이 일정부분 해소되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비자물가 안정 및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설비투자 확대, 해외투자 유인 증가 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수출 중심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수출가격에 전가되는 정도를 분석한 결과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율은 -0.19로, 원·달러 환율이 10%포인트 하락하는 경우 수출가격 증가율은 1.9%포인트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원·달러 환율 하락시 환율 하락만큼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충분히 인상하지 못함에 따라 원화표시 수출액이 하락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된다.
원화강세는 경쟁국 대비 수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경제의 낙관적 기대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국내외 경제 여건 상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가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세조정을 통해 원화 가치 급등의 속도 조절을 함으로써 국내 경제주체들에게 체감하는 외환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화 강세는 해외자산의 매입 단가를 낮춰주기 때문에 해외자산 매입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거점 마련이 가능한 시점"이라며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출경합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R&D를 통한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