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체포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해 말 최저 수준의 지지율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외교의 '완성형 모델'을 시험하는 동시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적 유불리를 정교하게 계산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다만 '미국 우선'을 내세우며 해외 개입을 비판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안전한 권력이양 때까지 운영하겠다"는 선언까지 내놓았습니다. 그간 해외 개입을 피하겠다고 강조해온 발언과 서반구에서 군사·정치적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는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올해 트럼프 행정부의 성패와 중간선거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새해 벽두의 '마두로 축출'은 트럼프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됐습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축출·체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UPI 연합뉴스)
마두로 체포로 연 트럼프 2년 차
미군에 의해 전격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5일 정오(현지시간)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 인정 여부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외신들은 이번 작전을 "외교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급작스러운 전개"라고 평가합니다. 공식 명분은 마약 테러 단죄였지만 작전 직후 메시지의 핵심은 '미국의 힘', '서반구 지배력', '에너지(석유)'였다는 분석이 잇따릅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안정과 에너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을 직접 거론한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단순한 법집행을 넘어 지정학적 계산을 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운영(run)' 발언이 "미국을 약 3000만명의 국가를 상대로 경제적·정치적 지배를 추구하는 위험한 새로운 국면으로 밀어 넣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미 균열이 깊어진 국제질서에 또 하나의 타격을 가하는 조치"라며 "국가 주권을 침해하고 국제 규범을 무시한 미국의 행동은 글로벌 노스와 사우스 간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한층 더 강한 표현을 사용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노골적인 제국주의로의 회귀"라며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 개입은 라틴아메리카 역사에서 반복돼온 개입주의의 어두운 유산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일부 보수 성향 매체들은 독재 정권의 종식과 반미 교두보 제거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지정학적 맥락에서도 해석은 분분합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두로 정권이 단순한 독재 체제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가 서반구에 구축한 전략적 교두보로 인식돼왔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서반구를 우선순위로 명시했고, 이번 작전은 그 기조가 군사적 행동으로 구체화된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른바 '돈-로 독트린'으로 불리는 트럼프식 먼로주의 재해석이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관측입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위대가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유엔 광장으로 행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군사 행동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중간선거 앞 정치권 분열…여론은 '신중'
국내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 군사행동과 관련해 "대중의 관심이 크게 쏠리는 사안인 만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 공세의 핵심 소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의회 승인 없이 군사작전이 이뤄졌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며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가 '미국 우선' 기조에서 벗어났다는 이견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점령이라는 단어를 피하면서도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핵심 결정을 좌우하려는 구상을 드러냈다"고 짚었습니다.
여론 역시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로이터>와 입소스(Ipsos)가 작년 11월 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약 35%만이 베네수엘라에서 마약 유입을 줄이기 위해 미국 군대를 사용하는 데 찬성한다고 응답한 반면, 대부분 응답자는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한 불법 정부 허가 없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 찬성하는 비율은 약 21%에 불과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데 찬성한 미국인은 소수에 그쳤으며, 군사 개입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상당수 유권자가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관건은 작전 이후의 전개입니다. 베네수엘라 내부의 권력 이양이 평화롭게 마무리되고 민생이 안정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과 군사 옵션을 결합해 정권교체를 유도하고 실리를 회수하는 '트럼프식 외교 모델'을 성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전 가능성, 치안 붕괴, 또 다른 권위주의의 등장, 미군의 장기 주둔으로 이어질 경우 이번 선택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마두로 개인에 대한 기소'가 존재하더라도 "국가를 통제할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석유산업 재건과 보호를 위해 점령군이 필요해질지, 사법·석유 생산 권한을 누가 결정할지 등 '끝없는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질문들이 남아 있다"고 짚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