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출범 전 소비자보호의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한 연구용역 결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 보고서의 지적 중 일부는 실제로 문제가발생하기도 해 인터넷은행 출범에만 급급하다 소비자보호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관련 소비자보호방안 연구’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10월에 최종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의 도입을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피해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이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인터넷은행 소비자보호 연구용역에서는 일본, 유럽, 중국,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인터넷 은행 운영 현황과 인터넷 은행 도입에 따른 소비자 보호 취약점과 문제점,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소비자 보호방안 등이 담겼다.
이중 소비자보호방안으로 ▲정보제공 적정성 제고방안 ▲불완전판매 방지방안 ▲안전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법 ▲전산시스템의 보안체계 구축 ▲민원처리 효율성 제고방안 ▲소비자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같은 제안 중 일부는 인터넷은행 출범 후 실제 문제로 이어졌다.
출범 초기 문의자가 늘며 먹통이 됐던 고객센터에 대해서는 소비자 민원센터 또는 소비자 보호센터를 마련하고 초창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인적·물적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출범 초기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내세운 부분에 대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나 제공된 정보의 내용이 과장되지 않도록 권고했다.
케이뱅크의 5·6등급의 대출승인 거절 비율은 74%, 88%이며 카카오뱅크는 각각 67%, 81%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카카오뱅크 7∼8등급 금리(7.50%)는 해당 구간 대출을 하고 있는 은행 14곳의 평균 대출금리(6.98%)보다 높으며 케이뱅크 또한 5∼6등급 대상 신용대출 금리가 7.04%로 농협(5.24%), 국민은행(6.43%)보다 비싼 실정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10월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를 갖췄음에도98번의 무단인출로 20여만원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피해에 대해 이미 연구용역에서는 전산시스템 문제 발생 시 각 문제 유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처 방안을 단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으며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연구용역에서는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중간 퀴즈, 상품 설명시 일정시간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비대면 실명확인 방법을 평가하기 위한 소비자 평가단 구성 등 다양한 소비자 보호 방안들을 제시했다.
연구용역이 지난해 10월 완료되고, 케이뱅크가 올해 4월, 카카오뱅크가 7월 출범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미리 소비자보호를 위한 참고방안을 마련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소비자보호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도 활용하지 않았다면 이후 발생한 관련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진 않다"며 "인터넷은행 출범에 관심이 많았던 정부와 초기에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았던 인터넷 은행의 어려움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연구용역이 지적하고 제안하는 부분들이 현재 법에 포함돼 있으며, 일부 부분은 바로 연구용역안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의 첫 출범을 앞두고 해외사례를 분석해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 지 보고자 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법개정 등을 통해 반영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인터넷은행들이 출범한지 1년도 안된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모아서 함께 반영하기 위해 바로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 인터넷은행 출범 전에 소비자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완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