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증거관계가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현재의 법원 심사 기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 본건에 있어서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고,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가 예정돼 있는데도 혐의에 대해 다툼이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22일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 활동 결과를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2012년 선거 대비 소위 우리 편, 즉 친정부 성향 군무원을 확충하고 2012년 4월 총선 관여 활동에 대해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 등을 시인하고 있으며, 부하 직원 등 관련자들도 보고하고 지시받은 사실을 진술하는 등 김 전 장관의 혐의 소명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혐의로 부하 직원인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됐고,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사이버 활동을 실행한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인 점 등에 비춰 절대적인 상명하복의 군 조직 특성상 최고위 명령권자인 김 전 장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51부(재판장 신광렬)는 이날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와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에 대해 군형법 위반(정치관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1일 영장심사 결과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불복해 20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전 장관은 현재 재판 중인 연제욱 전 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등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치관여 활동에 추가로 투입할 군무원을 친정부 성향 기준으로 선발하도록 신원조사 기준을 상향해 진행하고, 면접에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 전 장관과 같은 날 구속된 임관빈 전 실장은 사이버사를 지휘하면서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정치관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연 전 사령관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