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 그룹과 만나 개혁을 촉구했지만 삼성과 롯데, 현대차 등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17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 집단 57곳 가운데 순환출자를 보유한 집단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현대산업개발, 농협, SM 등 총 10곳이다.
순환출자는 한 그룹의 계열사들 사이에서 출자를 해 자본을 늘려 가는 것으로 대기업들의 지배 구조를 유지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계열사들 사이에서 자본이 옮겨가고 있다는 뜻으로 주력계열사들이 중간에 들어가 지배구조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등으로 자본을 출자하고 있다.
이들 10개 기업이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 수는 총 245개로 올해 공시대상기업으로 신규 지정된 SM이 148곳으로 가장 많은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뒤를 이어 롯데가 67개, 삼성과 영풍이 7개, 현대차와 현대산업개발이 4개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순환출자 고리에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농협과 SM을 제외하고 전년에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던 8개 기업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 7개 기업은 순환출자 고리 수가 그대로였고, 현대중공업은 오히려 1개가 늘어났다.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가 없던 농협의 경우 창명해운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던 4개사가 계열회사로 편입되면서 2개가 늘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지난 1년 동안 기존 순환출자를 보유했던 집단들의 순환출자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순환출자가 바람직하지 못한 출자구조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감소해 왔는데 이러한 추세가 단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13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순환출자 금지제 시행 이후 순환출자는 꾸준히 감소했다. 순환출자 집단 수는 2013년 15개에서 2014년 14개, 2015년 11개에서 지난해 8개까지 감소했다. 순환출자 고리 수도 2014년 483개에서 2015년 459개, 2016년에는 94개까지 줄었다.
다만 지난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와 지주체제 전환을 준비 중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육 과장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는 6개월 이내에, 기존 순환출자라도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는 2년 이내에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지정된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