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사 앞마당에 원자재인 폐지가 잔뜩 쌓여있다. 사진=제보자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골판지 원지사들이 원지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지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4일 익명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사들의 공장에는 원자재인 폐지가 넘쳐나고 있다. 공장내부에 쌓아 놓을 공간마저 부족해 폐지를 실은 트럭이 원지사 앞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넘치는 폐지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제보자들은 제지사들이 원지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지가격 하락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골판지 이슈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이후 원지 가격을 내리게 되면 가격 하락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때문에 당분간 가격인상을 유지하겠다는 게 원지사들의 속내”라고 귀띔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권혁홍 대양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최근 1년새 70% 가량 원지 가격을 인상하면서 중소 골판지 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원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집중 추궁한 바 있다.
공급을 조절하고 있는 방식은 기계점검 등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원지수출을 통해서다. 골판지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원지사 두 곳이 기계점검을 이유로 3~4일 가동을 중단했다”며 “이 때문에 원지를 받아 원단을 생산하는 판지사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제지사 고위 관계자는 “메이저 원지사 가운데 몇몇은 해외 수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현재 국제 시세가 좋기 때문에 원지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 공급 부족으로 인해 원지 뿐만 아니라 폐지가격도 떨어지지 않는 모순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폐지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지가격인상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폐지가격 하락 역시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원지사들은 표면적 가격은 유지하면서 감량을 통해 실제로 더 낮은 가격에 폐지를 사들이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압축장 관계자는 “통상 폐지 내 수분 등을 감안해 5~10% 가량 감량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적게는 15%, 많게는 25%까지 감량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국내 시세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원지사는 각 압축장과 원지사에 폐지량이 쌓여 있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회수율이 높아 국내 시장에 폐지량은 워낙 많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기계점검을 이유로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경우는 있다”고 덧붙였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한 원지사 공장 인근에 폐지를 실은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