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LG V30이 제품 첫 출시 이후 71일 만에 유럽에 상륙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출시 시점이 곧 경쟁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V30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는 LG전자의 고질병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마케팅 경쟁력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이달 1일 이탈리아에서 V30을 출시하며 유럽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공교롭게도 V30은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7에서 첫 공개됐지만 유럽 출시까지는 92일이 걸렸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로의 출시 확대도 연내로 일정을 잡았다. 9월21일 한국 출시를 시작으로 LG전자의 최대 전략시장인 미국에는 10월5일 출시가 이뤄졌다. 다시 유럽 상륙까지 두 달가량 소요됐다. 현지 이통사와의 협의가 주된 이유로, 낮은 인지도와 글로벌 경쟁력 그리고 마케팅비용의 한계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경쟁작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은 지난 9월16일 한국과 미국, 유럽에 동시 출격했다. 시장 1위의 높은 지배력과 현지 이통사와의 원활한 협의, 마케팅에 투입할 수 있는 풍부한 자금력 등이 갤럭시노트8의 동시 출시를 이끈 배경이다.
LG G6도 순차 출시의 전철을 밟았다. G6는 3월10일 한국에 첫 출시된 이후 약 한 달 만인 4월7일 미국에 상륙했고, 그로부터 약 보름 후인 24일 유럽에 출시됐다. 실적 반등의 계기가 절실했던 LG전자로서는 이전과 다르게 출시 일정을 앞당겼지만, 기대했던 흥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은 4월21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시된 지 일주일 만인 28일 유럽으로 건너갔다.
이는 시장점유율과 실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6%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반면 LG전자는 3.5%로 7위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가트너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22.3%를 차지했지만 LG전자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 1분기 2조700억원, 2분기 4조600억원, 3분기 3조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LG전자는 10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이 같은 한계는 황정환 신임 MC사업본부장(부사장)의 최대 숙제로 지목된다. LG전자가 MC사업본부장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누가 와도 실적 반등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시장 1·2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LG는 중국에까지 밀리며 자리를 내줬다"며 "특단의 묘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