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의 후임 감사원장 인선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이번 주 감사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약 20일가량 소요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투표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연내 임명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4일 출입 기자들에게 “오늘 감사원장 인사발표는 없다”며 “검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대한 인선에 서두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발표 시기에 대해선 함구했다.
황찬현 전 감사원장의 지난 1일 퇴임이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청와대 인선기준이 높아 말 그대로 적합한 인사를 아직 못 찾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번 인선은 문재인정부 초대 감사원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또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반부패드라이브’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재조사 등 야권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도 다뤄야 하기에 고도의 업무능력과 함께 야당이 문제 삼을 수 없는 수준의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겨우 기준을 통과한 후보자를 찾아도 당사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감에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말 그대로 영혼까지 털린다”며 “후보자 가족들이 만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유력 후보자를 정했지만 정무적 판단에 발표 시기를 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당이 감사원장 문제를 내년도 예산안 등과 연계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예산안이 처리된 후에야 감사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청와대는 지금까지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 검증하는 단수검증으로 후보자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발표한 ‘고위공직후보자 7대 인사검증 기준(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적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운전·성 관련 범죄)’이라는 상향된 검증 원칙에 적임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감사원은 황 전 원장이 지난 1일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가운데 유진희 수석 감사위원 직무대행체제로 운영 중이다. 차기 감사원장 후보자로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강영호 전 특허법원장, 김병철 전 감사위원,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언급된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한국환경회의 관계자들이 지난5월24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4대강 사업 공익 감사 청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