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취업시장의 월별 이슈를 분석해 7일 발표했다.
▲ 1월=국정농단 안개 속, 일자리 전망도 불투명
2016년부터 이어지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에 기업 총수들이 관계가 되면서, 채용시장을 주도하던 대기업들이 상반기 채용 일정을 못 잡거나 채용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낸 ‘주요 업종 2017년 상반기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금융, 전자, 자동차 등 업종에서는 작년 고용률을 유지하지만, 대규모 감원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에서는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연초부터 채용시장 전망은 불투명했다.
▲ 2월=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상반기 그룹 차원 마지막 신입공채
국내 대기업의 채용 트렌드를 주도해왔던 삼성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그룹차원의 신입 공채는 올 해 상반기가 마지막이 됐다. 그 동안 삼성은 민간기업 최초 공채 시스템 도입, 대학생 인턴제도, 장애인 공채, 고졸 공채 등 채용 트렌드를 이끌어온 채용시장의 큰 손으로 꼽혔다. 삼성의 변화는 다른 대기업의 채용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취업준비생들이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반기에 삼성은 계열사별로 공채를 진행했다.
▲ 3월=일본 대졸자 취업률 97% 달해, 해외취업 관심 급증
이웃나라 일본 주요 기업의 대졸 채용 인원이 2018년에 9.7% 증가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하면서 일본을 비롯한 해외취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급증했다. 국내와 다르게 일본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등이 나서서 일본기업 채용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실제로 사람인에서 구직자 478명 대상, ‘해외취업 의향’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해외 취업 의향이 있었다. 실제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이도 40% 가까이 돼 국내 취업난의 심각성을 반증했다.
▲ 4월=우울한 봄, 더 추워졌던 취업시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직원 100인 이상 기업 258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조사'를 한 결과 신규채용에 나서겠다고 밝힌 기업의 비율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저치인 53.7%까지 떨어졌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채용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21%에 달해 2011년(9.9%)보다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채용 규모도 전년 대비 6.6% 감소한 것으로 집계 돼 청년 취업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 있음을 시사했다.
▲ 5월= 문재인 정부 ‘1호 공약’ 일자리 창출 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큰 이슈였다. 특히 핵심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약속한 뒤 민간기업과 금융권에서도 정규직 전환 선언이 잇따랐다. SK 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신설해 간접고용 인력인 하청 대리점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씨티은행도 올해 안에 창구전담직원을 비롯한 무기계약직 3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기업의 강제적 정규직 확대가 일자리 측면에서 양날의 칼이라는 주장도 있어 향후 좀 더 효율적인 해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6월=고령화 사회 본격 돌입, 고령층 취업자 수 청년층 앞서
2분기(4∼6월)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수가 청년층(15∼29세)을 앞질러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조사가 나와 본격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60세 이상(고령층) 취업자는 424만7천명으로 15∼29세(청년층) 403만명보다 21만7천명 많았다. 2015년 4분기부터 60세 이상 인구가 청년층을 넘어서고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인구구조가 취업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 7월=정부 추경예산 통과, 공무원 1만여명 추가 채용 이슈
11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7월 2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공무원 1만여명 추가 채용이 예정되어, 취업시장에 희망을 안겼다. 국가직 중앙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을 약 1만여명 늘릴 것으로 발표 됐다. 이에 시험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았던 구직자들도 다시 공무원 준비생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 8월=장기 실업자 20% 육박, 고용시장 장기침체 우려
이 시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구직 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18만 명으로, 1년 전(17만2천명)보다 8천 명 증가 했다.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백수’ 비중은 전체 실업자의 18.7%에 달했다. 이는 1999년 외환위기 수준(9월 기준, 19.7%)의 장기 실업자 비율에 견줄 만한 것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올 해 7월까지 6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늘어나며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장기 백수 비중도 동시에 증가했다는 결과로 미루어 봤을 때 고용 시장 장기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9월=하반기 공채…블라인드 채용이 대세
본격적인 하반기 공채가 시작된 9월, 채용 키워드는 단연 ‘블라인드 채용’이었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지시에 따라 거의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민간기업에서도 ‘직무능력중심’의 채용 방식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CJ그룹은 하반기 공채에 출신 학교 및 학점, 영어 점수 등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는 '리스펙트(Respect) 전형'을 실시했고, 롯데그룹은 ‘SPEC태클’ 채용을 통해 서류 접수 시 이름과 연락처, 해당 직무와 관련된 기획서 또는 제안서만 제출하도록 하기도 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블라인드 채용’ 전형을 실시해 주목을 받았다. 취업포털 사람인HR도 하반기 공채를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했다. 채용 공고부터 직무별로 구체화 시켜 입사지원서에는 학력, 학점, 어학점수 등을 기재하지 않았다.
▲ 10월=공기업, 공공기관 채용비리 논란
강원랜드의 대규모 부정채용으로 촉발된 공공기업 채용비리 문제가 대통령의 재발 방지 지시로 본격 화두가 됐다. 채용청탁은 그 동안 취업시즌만 되면, 계속 거론되던 문제로 이번 일을 계기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다. 실제 사람인이 지난해 인사담당자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0.7%나 됐으며, 이 가운데 반 정도인 48.8%는 ‘실제로 채용에 도움을 줬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비리는 높은 청년실업률로 고생하는 모든 구직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준 행위로 정부가 나서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채용을 모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취업커뮤니티 등에서는 환영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 11월= 최저임금 논란
내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 결정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최저임금을 피하기 위한 몇몇 기업의 꼼수, 해고 등이 문제가 되면서 최저임금은 다시 고용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포럼’에서는 “지금의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소득이 보장돼야 선순환 구조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한 보완책 논의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7 관광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