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로써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피하는 경우 국내의 형벌권이 적정하게 실현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정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일률적으로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하지 않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만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하고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이 범인이 국내에 있는 경우와 달리 국외에 있는 경우에는 무조건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에서 범인이 국외에 있는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한 것은 그 기간 국내의 수사권이나 사법권이 제대로 발동될 수 없기 때문인데, 범죄의 경중에 따라 국내의 수사권 및 사법권 발동의 용이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면서 범죄의 불법성 정도 역시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며 "범죄의 불법성 정도에 따른 공소시효의 장단은 이미 형사소송법에서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공소시효 기간에 차등을 둠으로써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에서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에 있는 경우와 달리,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정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청구인은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을 기망해 지난 2000년 3월과 4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공소사실로 그해 10월 기소됐다. 하지만 그해 4월 미국으로 출국해 2014년 5월 귀국한 청구인은 1심에서 범행일시로부터 7년이 지나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2015년 6월 청구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미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 따라 미국에 있었던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청구인이 항소와 상고했으나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청구인은 제253조 제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자 지난해 4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