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결혼 전 자신이 마련한 재물을 부부싸움 중 망가뜨린 것을 손괴죄로 보고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부부싸움 중 물건을 손괴한 혐의로 입건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자신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월 자신의 집 안방에서 TV 모니터로 무료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아내 B씨가 "여자 연예인 광고가 나오는 것이 싫다. 검색하지 마라"며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모니터를 넘어뜨려 화면 유리를 깨뜨리는 등 15만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2월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해 성립하는 범죄인데 모니터는 자신 소유의 물건"이라며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사건 모니터는 A씨의 특유재산이므로 A씨가 모니터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법 제830조1항은 부부 중 한 사람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모니터는 A씨가 피해자와 혼인하기 전에 구매한 것이므로 A씨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A씨가 2015년 11월부터 모니터를 피해자와 함께 사용했으나 모니터를 망가뜨린 이듬해 1월 당시 혼인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정도 지났다"며 "소유권이 아내 B씨에게 넘어갔다거나 공동소유관계로 변경됐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중대한 수사미진이나 법리오해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며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공동 소유의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