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함께사는 사회'의 현실

입력 : 2017-12-13 오전 8:27:13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 인종, 성별, 외모, 종교, 재산 등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혐오하거나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도덕이나 윤리일수도, 정교하게 다듬으면 법률일수도, 진지하게 얘기하면 신념에 해당할 이 얘기는 그리 대단할 것도 없지만, 어찌보면 당연하다.
 
지난달 발달장애인을 취재하고자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장애인복지관을 찾았다. 발달장애인 취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고, 취재시간도 비교적 넉넉히 확보했다.
 
취재일정도 간단했다. 장애 증상인 ‘도전적 행동’을 가진 발달장애인 3명과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동산을 사회복지사, 전문치료사와 함께 다녀오면 되는 일정이다.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행동이 문제였지만, 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복지관 문을 나서 보라매공원으로 접어든 사이 대열이 잠시 흐트러지면서 한 발달장애인이 불쑥 내게 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바로 사회복지사가 옆으로 와 “반가워서 하는 행동이에요”라고 안심시켰고, 실제로 내게 위협을 가한 것도 아니였다.
 
나도 곧바로 “아, 괜찮아요”라며 미소로 답했지만 솔직히 약간 겁먹었다. 앞서 한 시간 가까이 1~2m 내외의 거리에서 지켜보고 충분히 설명을 들었음에도 괜히 가까이 왔다는 이유로도 긴장한 것이 사실이다.
 
겨우 마음을 다 잡고 시작한 발달장애인과의 보라매공원 산책은 비장애인의 시선에선 특이하게 여길만한 행동 투성이었다. 대열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한 발달장애인은 바닥에 낙엽이란 낙엽은 다 손으로 줍고, 다른 발달장애인은 낯선 사람들을 마주쳐서인지 침을 계속 뱉었다. 비장애인이면 금방 갈 거리를 가는데 한참 걸리기도, 아니 아예 특정 구역은 가기를 거부한 바람에 실랑이를 하다 결국 돌아가야만 했다.
 
가만보니 발달장애인의 산책을 나만 특이하게 여긴 것은 아니었다.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낯설어하며 한발자국 물러서거나 뒷걸음질치기도 했으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잘못된 편견과 어리석음은 동산 중턱에서 어김없이 깨졌다. 오르막 코스로 접어들면서 유난히 이동속도를 내지 못하던 때, 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며 우리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고생 많으세요”라고 말이다. 그 아주머니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도 청각장애인의 부모라며, 본인도 다 겪어봤다고 우리를 이해한다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순간 그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서로를 미워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론은 어디가고 나 자신도 내가 비판하던 사람들처럼 그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잘못된 행동이라고만 규정짓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어느새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려 사는데 익숙할지도 모른다. 이번 발달장애인 취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학교 등에서 단순히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 어울리는 연습이 있어야 나 같은 실수를 반복 안하지 않을까.

박용준 사회부 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용준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