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보복성 조치에 피해를 입고 있는 롯데그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전히 사드보복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롯데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 당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에는 대기업 총수, 시중 은행장 등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을 꾸려 대거 동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원준 롯데 유통BU 부회장도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사절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 부회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선물보따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경색됐던 한중 경제 협력에 본격적인 훈풍이 불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미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중지했던 한국 단체 관광을 일부 지역 여행사들에 한해 허용하기로 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을 찾는 등 희망적인 변화 조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만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롯데 계열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 기조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시장 철수 선언 이후 연내 매각도 불투명해진 롯데마트의 경우도 이번 정상회담에 따라 운명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 8월 긴급 수혈한 2차 자금 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드보복으로 지난 수개월 간 중국 내 112개 매장(마트 99곳·슈퍼마켓 13곳) 일괄 매각에 나섰지만 사드 해빙무드에도 중국 당국은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표적 제재'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어 영업재개도 힘든 상황이다.
특히 8월 말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수혈한 2차 자금 3억달러(약 3280억원)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롯데의 고민이 크다. 자금은 내년 1월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2월부터는 매달 운영자금 2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특히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해서는 영업정상화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중국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당혹감과 아쉬움에 빠진 롯데그룹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제재도 단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한중관계 회복을 위해 양국 정상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예정돼 있는데다, 우리 정부도 경제협력과 투자 등의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 예정이어서 중국 측의 화답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롯데마트의 중국사업이 재개되고 매각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정상간 회담인만큼 단계적으로 가시적인 변화는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은 내지 않기로 결의하는 등 양측의 이견이 뚜렷해 낙관론만 펼칠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정부의 소극적인 자세가 이어지면 롯데에 대한 제재 해제 등 직접적인 해결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업계 전반이 부진한 상황속에서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