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술대 오른 금융사 지배구조)④"셀프연임 막으려면…주주추천 이사제 확대해야"

"경영진 아닌 '주주' 이익 보호가능"…'노동이사제'는 찬반 갈려

입력 : 2017-12-18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불투명한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 대한 비판에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은 지배구조를 변경해왔다. 어차피 다시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면 특정 세력의 이권 챙기기를 위한 현 CEO 뽑아내기식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노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직접 개입하는 노동이사제 보다는 사외이사를 주주가 추천하는 주주추천 이사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선 주주 추천 이사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방안 중 하나이다.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지난달 KB금융(105560)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도 주주 추천 이사제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단순히 직원들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주주제안을 위해서는 주총 전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는데 노동이사제의 경우 해당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이사회를 주주 추천 방식으로 꾸려 지배구조를 한단계 더 성숙시켜야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이사회의 주주 대표성이 약하다는 점"이라며 "주주가 추천하는 인물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CEO가 좋아하는 인물 중심으로 선임해 경영진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사회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하거나 외부 추천단을 활용해 이사진을 구성하면 해당 사외이사가 경영진보다는 주주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각 금융사 노조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주주 추천 이사를 준비 중이다. 노조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이같은 견제에 나서는 것은 기존 경영진이 추천해 임명된 사외이사의 비중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8명의 사외이사 모두 주주 추천 없이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임된 인물들이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 위원으로 포함돼 있어 사외이사들이 회장 측근 인사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진이 회장의 측근으로 꾸려지고 이들이 차기 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구조인 '회전문' 방식이기 때문에 경영진을 견제해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보다는 내부권력화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로 운영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일부 주주들로부터 위임받아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지난달 임시주총에 올리기도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그러나 노조 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재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주주 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자의 과거 정치경력이 문제가 돼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부결됐다"며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다시 주주 제안을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주 제안 역시 기존의 큰 틀을 유지하되 국민연금과 ISS 등의 의견을 반영해 세부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주 추천 이사제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방안은 노동이사제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등 근로자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위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이사제는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 인원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노조 추천 인사로 구성한다. 이와 달리 주주 추천 이사는 주주들이 직접 주총 전까지 필요한 정족수를 확보해 해당 인물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노동이사제가 주총을 거치지 않고 곧장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반면 주주 추천 이사제는 주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경영진에 대해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취지와 달리 회사 가치 극대화보다는 자칫 노조에 유리한 결과만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칫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영방침에 대해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의사결정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이사제와 주주 추천 이사제도가 조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취지는 동일하다. 회사 경영에 참여해 그동안 '제왕적' 권력을 누려왔던 금융지주 회장과 기존 사외이사들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이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제대로 이뤄져야 금융권이 퇴보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이사회를 비롯해 CEO 승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현장.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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