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연말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차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시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정기 임원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 강화 시나리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안에 2018년도 정기 임원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18일 “한달간 이어진 임원평가 작업이 마무리됐다”며 “이르면 다음주 말쯤 임원 승진 인사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임원 승진자(부사장급 이하) 수는 올해보다 5%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부진한 글로벌 판매가 영향을 미쳐 올해(348명)보다 승진자 수를 줄이는 쪽으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승진자 수는 300명 초반대에 그칠 전망이다.
또 그룹 소속 임원 1000여 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급여 10%를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연초 목표(825만 대)에 훨씬 못 미치는 750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불투명하다. 판매는 부진한데 노조가 발목을 잡으며 판매는 뒷 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보통 정기인사에서 부사장 이하를 발표하고 사장 이상 인사는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9일 현대차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인사에서 사장 이상 인사까지 깜짝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니면 정기인사에서 부사장 이하 인사가 이뤄진 이후 곧 바로 사장 이상 인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먼저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다소 젊은 인재들을 승진시켜 정 부회장 승계 작업을 위한 세대교체 분위기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인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었던 임원들이 퇴장하고, 정 부회장과 그룹을 이끌어갈 신진그룹이 등장할지 여부가 업계 최대의 관심사다. 특히 9명의 부회장단에 대한 인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부회장단의 교체 여부가 정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정기인사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20.78%)→현대자동차(33.88%)→기아자동차(16.88%)→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가지고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만 가지고 있고 현대모비스 지분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먼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오너 일가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 경우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3사를 각각 지주사와 사업사로 분할하고 지주사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신설된 지주사에 현대글로비스 출자 또는 합병시 순환출자는 물론 정 부회장으로의 자연스러운 경영 승계도 가능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23.3%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9일 현대차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일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을 전후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시그널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 회장이 직접 이날 지주회사 전환이나 경영승계와 관련해 ‘특별 발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날이 현대차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명분도 있고, 김상조 위원장이 제시한 시점을 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기가 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