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가 중국·미국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미래 50년을 내다보며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은 활발한 '현장경영'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부진을 탈피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광폭행보를 보이며 '3세 경영'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장손자이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2009년 현대·기아차 총괄 부회장직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이 굳건하게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정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들어 34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올해 초 2017 CES 참석차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비롯 유럽과 중국 출장길에 수차례 올랐다. 특히 포스트차이나로 꼽히는 인도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베트남을 첫 방문하는 등 신흥시장 개척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지난 6월 현대차의 첫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가 출시될 당시에는 처음으로 청바지를 입고 신차발표를 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미래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투자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인공지능' 투자동맹을 맺고 약 500억원 규모의 AI얼라이언스 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는 내년 초 출범돼 AI와 스마트모빌리티, 핀테크 등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 ACM에 약 56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리콘밸리에는 해외 오픈이노베이션센터의 거점이 될 '현대크래들'을 출범했으며 내년 초에는 이스라엘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 현지 스타트업과 협업을 확대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스라엘에 투자하는 비용이 최소 수천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기아차는 전세계 자동차시장에서 5위지만 올 들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어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와 인도, 동남아시장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신시장을 개척해 중국 등 최대시장의 의존도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인도에 500억루피(약 8780억원)를 투자해 8개의 신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러시아에도 추가 투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에 맞춰 아시아 자동차시장 전문가로 꼽히는 정방선 현대차 아중아(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실장을 중심으로 아세안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중국 시장 또한 지난 9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던 상반기에 비해 판매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년동기대비 감소율이 35%에 달했으나 9월에는 18%, 10월 11%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전략모델 SUV인 ix35를 출시하고 엔시노(코나)를 공개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SUV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시장 또한 내년부터 코나와 싼타페 등 SUV 라인업을 늘려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0년 동안 현대차가 끝없이 성장해온 만큼 다가오는 50년을 잘 이끌어가기 위한 조직구조개편과 글로벌 거점의 부분 인사도 단행됐다. 정 부회장은 전략기술연구소와 제네시스전담사업부, 국내영업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행했으며 글로벌 조직 운영은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해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차 중국디자인담당 상무와 피에르 르클레어 기아스타일링담당 상무,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제네시스 유럽디자인팀 디렉터, 이진우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 상무와 올렉손 기아차 중국디자인담당 상무 등 5명의 글로벌 인재를 영입했다.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하는 현대차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중국 베이징 예술 단지 798예술구에서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