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관련, 양국의 상호호혜성 증진과 이익 균형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마디로 이번 협상을 통해 양국이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개정 수요에 상응하는 우리 측 개정 수요를 발굴·제시하고, 개정 범위 축소와 완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상호호혜성·이익 균형 달성' 목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보호무역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FTA도 무역불균형을 빌미로 개정협상을 이끌어냈다.
한국은 이에 대해 한미FTA의 효과 분석을 요구했고, 양국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의 교역이 확대 되고 있으며, 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은 FTA 발효전인 2011년 562억달러에서 발효 직후 2012년 585억달러로 높아졌다.
2014년 702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엔 664억달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발효 후 5년 동안 대미 수출은 5년 동안 연평균 3.4%가 증가하면서 세계 수출이 2.3% 감소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도 한국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3.2%로 FTA 발효전보다 0.6%포인트 오르며 일본, 대만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한미FTA로 제조업 개방수준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남아있는 관세율이 낮아 추가개방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타산업 개방이나 비관세조치의 효과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제조업의 경우 잔여관세를 철폐할 경우 수출은 6000만달러에서 1억2100만달러, 수입은 4000만달러에서 8300만달러가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과 수산업,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는 수입 증가와 무역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수입제한'·농축산업 '추가개방' 우려
미국은 한미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측 품목의 잔여 관세 철폐에 속도를 내고 주요 품목 관세를 조정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분야 비관세장벽 해소에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측 잔여 관세 철폐와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로 맞대응하면서 농산물 추가 개방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두 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농업분야 시장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며 "농축산분야의 실질적인 피해보완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의 경우 한미FTA로 이미 시장개방이 높은 수준이며, 수입 증가와 농가 속득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개방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찬가지로 수산업도 잔여관세가 철폐되면 현재 고관세인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이 늘어나 국내 생산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자동차의 경우 원산지 기준 강화와 안전, 환경기준 변경 요구 등 수입제한 조치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측에 해외생산을 통해 수출을 하는 우리 업계의 생산구조를 적극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은 NAFTA 재협상 과정에서 자동차에 대한 역내부가가치 기준을 올리고 미국산 부품 50% 의무 사용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서비스와 투자분야에서는 금융·전자상거래 이슈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부문에서는 NAFTA 재협상과 마찬가지로 전자상거래 시 로컬서버 사용 요구 자제, 전자상거래에서 소스코드 및 알고리즘 공개 요구 금지 등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해 정부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 개선 등 기존에 우리측이 제시한 관심사항을 요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번 국회 보고를 끝으로 한미FTA 개정 전 거쳐야하는 국내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됐고, 올해 말에서 내년 초부터는 1차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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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