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바이오신약으로 5억250만달러(약 5440억원) 규모 글로벌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같은 제품으로 지난 9월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와 8100만달러(약 875억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번째 쾌거다. 내년 일본에서도 기술수출 계약이 예정돼 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20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자가면역질환 항체신약 글로벌 기술이전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정도에는 글로벌 상용화돼 2억~3억달러(2조~3조2500억원)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15년에 걸쳐 로얄티 등 30~40억달러(3조2500억~4조3300억원)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9일 자가면역질환 치료항체신약 'HL161BKN'을 미국 로이반트사이언스에 기술수출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규 타겟(First-in-class) 항체신약으로는 대규모 기술수출 사례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미국 포함 북미와 중남미, 영국과 스위스를 포함한 EU 국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HL161BKN 사업권을 보유하게 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별도 계약금과 연구비 및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과 매출에 따라 경상기술료(로열티)를 받는다.
HL161BKN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근무력증이나 천포창, 만성 혈소판감소증, 시신경척수염, 다발신경병증, 루프스신염과 같은 중증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칩임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줘야 할 항체와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항체가 몸의 어느 부위를 공격하는냐에 따라 100여가지 질병이 나타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4배 정도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관련 시장 규모는 75억달러(약 8조원)에 이른다.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법은 환자 혈액을 체외로 빼내 자가항체를 걸러낸 뒤 다시 넣어주는 혈장분리반출술을 꼽을 수 있다. 대량 혈액으로부터 모은 항체분자(면역글로불린)를 정맥 투여해 자가항체를 희석시키는 치료법도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치료법은 고비용, 부작용 등에 문제를 안고 있다.
HL161BKN은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 가격, 안전성 측면에서 획기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신약이다.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되는 자가항체를 몸속에 축적시키는 'FcRn'이라는 수용체를 억제해 자가항체가 제거되는 새로운 방식이다.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항체를 분해한다는 것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현재 호주에서 HL161BKN의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반트사이언스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승국 대표는 "글로벌에 라이선스를 체결하면 원개발사가 주도권을 잃는 경우가 있다"며 "한올이 파트너십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로이반트는 라이선스 인한 HL161BKN을 사업화하기 위해 별도로 자가면역질환 전문 자회사를 추가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L161BKN은 아직 의약품이 개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타겟에 도전하는 신약이다. 무엇보다도 중증 난치성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 받고 계신 환자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제품을 중심에 두고 집중해 신속히 개발해 나갈 수 있는 로이반트 사업 모델과 기업 구조, 경영진의 혁신성으로 인해 파트너로 선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반트는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이다. 질환 영역별로 6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GSK,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다케다, 에자이 등 대형 제약사로부터 인수한 10종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사업화하고 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운데)가 20일 열린 자가면역질환 항체신약 기술이전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원석 기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