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최종 권고안 중 일부 사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노동이사제 도입, 삼성 차명계좌 등 과거 금융위의 입장과 반대 되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권고안들이 대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진 송년기자 간담회에서 최종권고안에 대해 "
혁신위 권고안이 이정도까지 나올 줄 몰랐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어 "완급 조절하고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며 단계적으로 한다는 게 좋을지, 아니면 과제별로 생각이 다르고 어떤 현실적 어려움에 못하겠다고 하는 게 나을지 생각하고 고민할 부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최종 권고안 중 고민되는 부분으로 인터넷 은행의 은산분리 불필요, 노동이사제 도입, 이건희 삼성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및 소득세 부과 권고에 대해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산분리는 어떻게든 존중돼야 하지만 인터넷 은행은 은산분리 완화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거의 없다"라며 "인터넷 은행이 주고 있는 좋은 영향을 키우고자 하는 (금융위)입장이 반영 안돼서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특례 적용이 안되더라고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은산분리가 인터넷은행에 적용되지 않더라도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최종안 발표 전에도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에 필요성을 적극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혁신위는 최종권고안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조건이 아니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대상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국회의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상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사가 되다 보니 삼성에 대해서니까 과징금이 부과돼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에서 금융실명 전환 의무는 주민등록증 확인 등을 통한 실지 명의로 완결된다는 게 그동안 금융위의 일관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입법과정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자녀 이름으로 만든 계좌, 동창회 명의로 만든 계좌 등 모든 차명계좌에 똑같이 적용돼야 하는 만큼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게 최 위원장의 고민이다.
결국 최 위원장은 "부작용이 있겠지만 모든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할지 입법 과정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판단을 맡겼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로 판단했다.
정부 차원에서 논의도고 있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정부 방향이 정해지면 이를 금융기관에도 적용시키면 되지만 민관 기관 도입은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와 복지 수준이 양호함에도 급여인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주종을 이루는 만큼 새로운 합의와 점검을 이룬 뒤 노동이사제를 검토할 것을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취지는 공감하지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유럽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는 법체계와 노사 문화가 분명히 다르다"라며 "노사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선행되고 나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송년기자간담회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