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들 이유 있었다ㆍㆍㆍ기본 안 지키면 참사 못 피해

소방시설ㆍ피난통로 확보 필수ㆍㆍㆍ건물 관리자는 물론 방문객도 주의 요구

입력 : 2017-12-22 오후 6:34:0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현재까지 사망자가 29명이나 나와, 이토록 피해를 크게 만든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원인 측면에서 역대 대형 화재 사고들과 '판박이'다. 인명피해가 큰 사고들은 이미 사고 전 대피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물 복도 등 상당부분이 가연성 물질로 이뤄진 값싼 내장재들로 채워져 써 불이 빨리 번진 경우도 많았다.
 
대연각 호텔 화재
 
국내 건물 최대 화재이자 세계 최대 호텔 화재 사건인 대연각 화재는 1971년 12월25일인 크리스마스 아침에 1층 커피숍에서 일어났다. 불이 꼭대기인 22층까지 이르는 데는 1시간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건물 내장재 자체가 가연성이었던데다, 비상계단에 쌓인 물건들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와 방화벽도 없었다.
 
투숙객들은 건물 밖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했다. 아래로는 비상계단이 불타고 있었고, 옥상으로 통하는 철제문은 굳게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사망 163명 중 38명은 탈출할 방법이 없자 뛰어내려 사망했다.
 
씨랜드 참사
 
어린 아이들이 죽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아들을 잃고 국가에 실망한 전 하키 국가대표의 이민으로 이어진 참사다. 1999년 6월30일 새벽 1시20분에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시작된 화마는 유치원·초등학생과 인솔교사들을 덮쳤다.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수련원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컨테이너 52개를 얹어 2층과 3층을 조립한 건물이었다. 컨테이너 건물의 내장재는 스티로폼과 합판으로 불에 잘 타고 확산이 빠르다. 보통 컨테이너 건물에서 불이 나면 건물 전체로 번지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대피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객실 59개는 수련생 500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었지만, 밖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건물 양 옆의 비상계단 2곳이 전부였다.
 
인천 호프집 화재
 
‘비상구’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생기게 한 사건이다. 인천 인현동의 상가에서 1999년 10월30일 저녁 7시에 발생했다. 불은 노래방 내부수리 공사 도중 시작돼 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확산됐다. 불은 30여분 만에 진압됐지만 사망자는 56명이나 됐다. 대부분 고교생이었으며 2층 호프집에 가장 많이 몰려있었다. 호프집은 165.5㎡의 좁은 면적에 120명이 몰려든데다 소파와 탁자 등 집기 때문에 대피하기도 힘들었다.
 
대피를 더 어렵게 만든 건 대피통로의 부재였다. 당시 다중이용시설은 출입문 하나와 비상탈출구인 창문만 있으면 됐다. 하지만 구조변경 때문에 창문은 통유리로 바뀌었고 합판이 덧붙어 탈출할 수 없었다. 출입문은 닫혀있었고, 계단은 폭이 1.2m에 불과했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08년 1월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1층 기계실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지하 1층 기계실에서 기화된 기름(유증기)에 불이 붙으면서 연쇄폭발로 이어졌다. 지하 창고의 벽과 천장에는 단열재 우레탄폼이 있어 불을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
 
창고의 규모는 축구장 2개와 맞먹을 정도로 컸지만 피난계단을 제외하고 출입구는 1개 밖에 없었다. 불난 곳에서 출입구까지 거리는 100m가 넘어 인부들은 탈출하는 동안 질식사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건물주 등의 건물 유지 관리와 방문객의 행동 요령 모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물 관리자는 화기 취급에 유의하고 방화문을 잘 유지·관리하면서 소방 시설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투자할 필요가 있다. 건물 이용객은 비상구·유도등·대피경로를 숙지하고 불이 나면 자세를 낮추고 코와 입을 막고 대피해야 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서울에도 가연성 건물이 많고, 따로 가연성 물질이 없더라도 불은 빨리 번지게 마련이라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방시설 정지·차단, 피난통로 확보가 제대로 안 되면 대형참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1971년 12월25일 대연각 호텔 화재 진압 장면. 사진/뉴시스
 
1999년 10월30일 인천 인현동의 호프집 화재 모습.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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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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