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호텔들이 화재시 대피 루트인 비상계단과 대피 공간에 물건을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4~6일 중구와 강남구 호텔 15곳에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해 4곳에서 위반사항 총 12건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중구에는 호텔이 77곳, 강남구는 57곳이 있으며 본부는 사전통지 없이 불시점검할 호텔을 무작위로 골랐다.
강남구 A호텔은 2층 음식점의 피난계단 부속실에 식자재 적재함, 조리도구 등을 마구 쌓아놔 피난통로로 사용할 수 없게 해놨다. 부속실(전실)은 불이 났을 때 긴급 대피하는 안전공간으로 피난계단으로 통하는 출입구에 설치하며, 어떤 장애물도 없어야 한다. 또 이 호텔은 밧줄 타고 건물을 내려가도록 각종 도구를 담은 완강기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같은 지역의 B호텔은 1·2·8층 피난계단 부속실에 호텔용 카트와 침대시트를 쌓아놔 연기를 막는 제연댐퍼 사용에 지장을 주고, 비상구 통로를 막아놨다. 강남구 C호텔은 방염 성능이 없는 커튼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6층 비상구 및 복도 통로에 철재 집기류와 청소도구 등을 적치해 대피를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중구 명동의 한 호텔은 화재경보장치가 정지 상태였다.
이외에도 완강기 앞 책상 설치, 공기호흡기 사용 불능, 유도등 적정성 불량 등 경미한 사례들도 적발 대상이었다.
본부는 호텔들을 단속하는 한편, 투숙객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적발 사례처럼 대피를 방해하지는 않더라도 호텔 구조 자체가 위험한 데다가, 투숙객의 행태가 사고 확률을 더 높이기 때문이다.
호텔 객실은 밀폐 구조이며 층별 객실배치는 건물의 경제적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경보 설비가 작동하지 않기라도 하면 불이 난 사실을 알리기 힘들다. 게다가 대다수 사람에게 호텔은 집이나 직장·학교처럼 지속적으로 접하지 않고 일회적으로 묵는 공간이다. 내부 구조, 대피경로, 대피 요령을 모르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청년들의 트렌드가 화재 발생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 연말연시 내지 각종 기념일에 친구나 연인끼리 호텔에서 1박 2일 파티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분위기를 띄우는 촛불, 음주 후 흡연으로 인해 불이 날 수 있다.
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숙박시설 화재는 156건 일어나 7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부상당했다.
본부 관계자는 “호텔 같은 숙박시설에서는 촛불 사용, 음주 흡연, 음주 후 취침 시 담뱃불 처리 등에 유의해야 하고 투숙과 동시에 대피경로를 숙지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내년 2월까지 서울 객실 수 150개 이상인 대형호텔 104곳,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다중이용시설 164곳, 대형화재 취약 대상 1228곳, 화재경계지구 21곳, 노인요양시설 345곳에 소방특별조사를 진행한다.
서울 용산구 남산 하얏트호텔의 직원과 요리사가 지난 11월10일 호텔에서 화재사고 대비 현장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