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선행연구·조사만 5년…소비자만 생각했습니다"

흡입력·배터리 외 인체공학적 고민…AI 접목 등 제품 혁신에 집중
"지불가치보다 인지가치 높여 쓸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제품이 목표"

입력 : 2017-12-25 오후 2:11:52
[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지은 기자] 청소기도 무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취약점으로 꼽히던 흡입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무선의 편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청소기 시장은 연간 4500억원 수준에서 정체 중이지만 무선청소기 비중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무선 제품 비중은 금액 기준 52.5%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 수준과 비교하면 급성장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른바 시장 구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내놨다. 영국 다이슨이 주도하던 무선청소기 시장을 LG전자와 함께 3강 구도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파워건이 탄생하기까지 제품 연구 및 조사에만 꼬박 5년이 걸렸다. 무선청소기가 대중화돼 있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의 가정 방문을 통해 수없이 관찰해 얻은 결과물이다. 파워건 상품 기획을 총괄한 정유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파트장은 파워건이 소비자 배려를 최대화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유럽·중남미 등에서 근무하며, 그곳에서 얻은 노하우 등을 파워건에 모두 쏟아냈다. 
 
정유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파트장. 사진/삼성전자
 
-파워건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소비자 조사를 해 보면 청소는 가사노동 중에서도 가장 꺼리는 일에 속한다. ‘어떻게 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청소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청소하는 시간이 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소비자 니즈에 가장 적합한 것이 핸드스틱 타입 무선청소기였고, 실제로 국내 시장만 봐도 이제 무선청소기가 유선청소기 매출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 선행된 연구와 조사에 소요된 시간만 거의 5년이다. 상품기획, 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 등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선행적인 연구를 했다. 4000여장의 스케치, 150여개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거쳐 완성된 제품이 바로 ‘파워건’이다. 청소기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가장 많은 가전제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의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흡입력, 배터리성능 등의 물리적 연구 외에도 인체공학적인 고민이 컸다. 그래서 한국보다 핸드스틱 타입 무선청소기가 훨씬 대중화돼 있는 미국,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일본 등에서 가정 방문과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해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무선청소기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려한 점은.
무선청소기는 코드가 없어 편리하다는 궁극적인 장점이 있다. 반면 유선청소기 대비 흡입력,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를 극복하면서 청소를 하는 데 따른 신체 부담을 해결하는 것이 제품력의 핵심이다. 25년간 자체 축적된 청소기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 출력의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비행기 날개 형상 구조의 팬을 독자적으로 고안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공기 유로 구조를 디자인했다. 그 결과 150W(와트)의 강력한 흡입력은 물론 청소 효율을 99%까지 낼 수 있게 됐다. 또 청소기는 휴대폰과 달리 고객이 한 번 구매하면 적어도 3~5년 이상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배터리 성능만큼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기대 수명과 동등한 성능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5년간 선행 개발을 통해 구현한 고출력 배터리는 1만시간 이상의 신뢰성·안전성을 검증해 5년 동안 사용해도 처음처럼 강력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기획·개발에서 출시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제품의 구체적인 컨셉을 잡기 위해 디자인팀과 함께 소비자 가정 방문, 인터뷰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실제 제품에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파워건만의 차별화된 기능 중 하나인 ‘듀얼 액션 브러쉬’는 이 과정을 거쳐 상품화됐다. ‘브러쉬가 하나가 아닌 두 개로 강력하게 먼지를 쓸어 담는다’는 컨셉이었는데, 실제 시장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를 통해 얻은 컨셉은 구현 단계에 어려움이 있다.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상품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경쟁사보다 출시가 늦었다. 타사와의 차별점은.
차별화는 경쟁사의 제품을 분석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근본적으로 배려하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5년 간의 선행 연구과정을 거쳐 나온 제품인 만큼 소비자가 두고두고 만족하면서 쓸 수 있는 성능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배터리성능과 내구성, 50도까지 자유롭게 조절 가능해 손목 부담을 최소화한 플렉스 핸들과 같은 인체공학적 설계는 시장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사용자들이 불만을 느끼기 쉬운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세척·유지가 쉬운 이지클린 먼지통, 이지클린 브러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무선청소기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선청소기의 장점은 선을 꼽았다, 뺐다 하지 않는 이동성에 있다. 유선청소기의 평균 작동 반경은 약 9~10m 정도로, 30평 기준 아파트를 청소하려면 적어도 코드를 뺐다 꼽기를 평균 2번은 해야 한다. 상당한 불편이다. 또 무선청소기가 이런 수고를 해결해 주더라도 청소 능력이 기대 이하면 시장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신 무선청소기들은 흡입력을 비롯한 청소 능력이 어느 정도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이 성장했다고 판단된다.
 
-향후 전망하는 청소기 시장 방향은.
유선청소기와 무선청소기를 같이 보유하면서 상황에 따라 골라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니즈가 다양한 만큼 청소기를 유형별로 2개 이상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궁극적으로는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통해 무선청소기가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파워건 판매량 및 시장 반응은.
판매량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당초 계획 대비 올해 목표와 내년도 전망을 상향 조정할 정도다. 재구매 의향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삼성전자의 청소기 제품 계획과 국내외 시장 전략은.
소비자의 제품 사용시간과 가사노동 강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혁신 기술을 발굴해 상품에 적용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접목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혁신 요소에 대한 집중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철학과 목표는.
구매한 후 스스로 상당히 만족하고 뿌듯해지는 제품이 있다. 최근 출장용 여행가방을 하나 샀는데 가볍고 용량이 크면서, 바퀴 움직임도 좋다. 손으로 들고 다녔을 때 부담도 적다. 출장 다니면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많은 점들이 해결되니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객이 지불한 가치보다 인지된 가치(Perceived Value)가 더 높아, 쓸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의 불편함을 찾아 말끔히 해결해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정유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파트장이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박진아·이지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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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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