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순환출자 고리가 신규 형성된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삼성물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더해지고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지난 22일 전날보다 4000원(3.15%) 내린 1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정위가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을 발표한 21일 2.68% 하락한 데 이어 이틀간 6% 가까이 밀렸다.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과 그룹 계열사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팔았는데, 공정위는 당시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며 삼성SDI가 남은 404만주(지분 2.11%)도 처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 판단으로 삼성물산은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우려가 불가피해졌다. 삼성은 공정위 예규가 확정된 뒤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15년 당시 삼성그룹은 남아 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 역시 부담으로 지적된다. 당시 삼성SDI는 이재용 부회장(0.7%), 삼성생명공익재단(1%), 기관 블록딜(0.9%)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해소하며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데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기대감도 낮아져 있는 상황이어서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친 지분율은 40%에 달하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흔들릴 만한 이슈는 아니다"면서 "향후 정부의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 시행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오너 입장에서 삼성물산 지분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아쉬울 수 있겠지만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으로 삼성물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이틀간 주가가 6% 가까이 밀렸다. 사진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변경을 발표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