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6일 검찰의 방문조사를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수사 관계자들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설치된 조사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해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와 같은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에 대한 증거를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남재준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6억원,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8억원, 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19억원 등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자금을 임의로 인출해 국고를 손실하고, 이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특정 보수 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하도록 작성된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난 22일 오전 피의자로 직접 출석하도록 통보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21일 건강상 등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앞서 검찰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난달 20일 특정범죄가중법(국고손실·뇌물수수)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공모관계로 적시했으며, 이달 5일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관련해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유한국당 최경환·김재원 의원 등을, 특수활동비 상납과 관련해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을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10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피의자로 조사하고, 2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근무 기간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은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와 함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화이트리스트 실행 등에 공모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심사는 오는 27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피고인 없이 이뤄지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되고 있다.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변호인의 전원 사퇴와 5명의 국선 변호인 선임 후 지난달 27일 재개된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등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이후 재판에도 계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거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으로 8개월여 만에 ‘옥중조사’를 받는 26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