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무술년 전세 시장이 세입자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세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역별로 전세 시장의 온도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역전세난도 우려되고 있다.
16일 부동산114와 업계에 따르면 내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43만9611가구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올해 38만3820가구 보다 14.5%(5만5791가구)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물량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매물이 다수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 하락은 신규 계약자에게는 유리한 흐름이지만 재계약자의 경우 집주인과의 보증금·임대료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향후 재계약시 인상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매물 선택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경기도에 집중될 예정이다. 16만1992가구가 입주하면서 올해보다 25.7%가 늘어난다. 서울도 올해보다 30%가까이 늘어난 3만4703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 확대에 따라 전세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감정권의 주간아파트동향 전세가격 지수를 살펴보면 전국의 전세값은 최근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10월 이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는 상승요인이 거의 보이지 않아 전세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도 최근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전셋값 하락이 가시화 되고 있다. 강동은 신규 아파트 입주로 전세매물이 늘면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입주에 들어간 상일동 고덕숲아이파크의 경우 2000만~3000만원 가량 전셋값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전세 시장은 지열별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수요에 따른 국지적 전셋값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수도권으로 수요분산과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전세입자의 매매전환 등을 고려하면 전세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성과 김포, 시흥 등 수도권 외곽지역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전셋값 약세가 예상된다. 지방 광역시는 부산과 대구, 대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전셋값 하락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입주가 집중되는 일부 지역은 전셋값 급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종, 충청, 경상권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역 기반산업의 침체와 맞물려 역전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국지적으로 다르겠지만 내년 전셋값 상승세가 올해보다는 둔화될 것이고, 일부 지방에서는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도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이 있는 서울, 정비사업이 예정된 부산 등은 전세수요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약세가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