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올해 초 취임한 이영구
롯데칠성(005300)음료 음료BG 대표가 정체된 사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생수브랜드 인수에 이어 동남아 시장까지 영업망 확대에 나서며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행보를 펼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청량음료 제조·판매 업체 롯데 악타르 비버리지(LOTTE AKHTAR BEVERAGES) 지분 52%를 533억원에 취득했다.
롯데 악타르 비버리지는 롯데칠성음료가 파키스탄 악타르 그룹(Akhtar Group)과 설립할 예정인 합작회사다. 악타르 그룹은 음료업체인 리아즈 보틀러스(Riaz Bottlers)를 소유하고 있다. 합작사 출범 후 롯데칠성음료는 롯데 악타르 비버리지를 통해 파키스탄에서 펩시 제품을 독점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파키스탄 인구는 약 2억700만명으로 탄탄한 내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음료의 주요 소비층인 30세 미만 젊은 층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도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생수 제조업체 산수음료 지분 100%(680억원규모) 취득하며 생수사업 강화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동아오츠카, 이마트, 남양유업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 산수음료는 경남 산청군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공장 2곳에서 생수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 사무소에서는 마케팅과 판매망 확보활동을 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인수를 통해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와 함께 생수사업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이같은 투자 드라이브는 올해 2월 새롭게 수장을 맡은 이영구 음료BG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1년도 안된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M&A 등 투자규모는 1200여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롯데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영업 전선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으로 알려져있다. 1987년 롯데칠성에 입사해 1993년 롯데알미늄 영업, 1997년 롯데정책본부 개선실, 2009년 롯데칠성 음료 영업 및 마케팅 부문장 등을 거쳐 2014년 롯데칠성 음료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음료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왔던 이 대표는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췄으며, 합리적인 성격과 뛰어난 포용력이 있는 리더라는 평을 듣는다. 특히 취임 이후 식음료업계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등 급변하는 음료시장에 맞춰 과감한 의사결정과 철저한 실행으로 조직분위기 쇄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뚜렷한 변화는 국내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을 직시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롯데칠성 '핫식스'가 미국 에너지음료 시장에 진출했으며, 기존 소매점 위주로 판매됐던 칠성사이다와 밀키스는 미국 중·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로 판매 채널을 확대해 미국 음료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파키스탄 시장 진출도 표면적으로는 현지 펩시 제품 생산과 공급이 목적이지만, 2억명의 인구를 기반에 둔 현지시장에 영업망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영업망만 구축된다면 자사 브랜드의 음료를 앞세워 동남아 공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인 가운데 롯데칠성음료도 몇몇 효자 브랜드로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영구 대표가 취임 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사업확대에 열중인만큼 실적 도약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왼쪽)와 롯데칠성음료가 생산·공급을 맡게된 파키스탄 현지 펩시 제품. 사진/롯데칠성음료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