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상화폐, 규제만 제도권처럼 요구하는 금융당국

입력 : 2018-01-04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우리집 며느리들은 집 한 채씩은 해왔다. 너도 집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니? 그렇다고 너를 우리집 며느리로 들인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며느리로 맞이하겠다는 것일까, 싫다는 것일까. 왜 며느리로 삼지도 않겠다면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걸까. 어느 드라마의 막장 스토리가 아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모습이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가 들쭉날쭉한 등폭을 보인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래도 금융당국에 있을 것이다.
 
몇일 간격을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금감원이 지난 9월,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한 은행들에게 지난해 말까지 ‘가상계좌 본인확인시스템’의 개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올해부터 시스템을 개발한 농협과 신한은행 외에는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8일 가상화폐 관련 긴급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했다.
 
같은 날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정부 발표 시점인 오전 11시 후 약 40분만에 2160만원대에서 1860만원대까지 약 13% 가량 하락했다.
 
그런데 이 같은 하락의 단초이자 현재 가상화폐 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본인확인 시스템, 일명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들여다보면 낯설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는 가상화폐 거래자금 환치기(외국환거래법 위반), 가상화폐 거래를 통한 자금세탁(범죄수익은닉) 등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약 반년 전 핀테크 해외송금업자들에게 요구한 자금세탁방지법(AML)의무와 거의 같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18일부터 소액해외송금업자를 자금세탁방지법 의무대상에 포함시키고 고객의 신원(실지명의, 주소, 연락처) 및 실제소유자, 금융거래 목적, 자금원천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제도권 진입에는 결사 반대하며서도 규제만은 제도권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정보 분석원에 자금세탁방지 가이드 라인을 요청했다.
 
핀테크 소액해외송금업체들 또한 이 자금세탁방지법 때문에 아직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의 결과물을 앞에 두고 또다시 ‘소비자보호’라는 방패 뒤 숨은 금융당국의 모습이다.
 
가상화폐TF의 주도권을 법무부에 넘겼던 금융위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가상화폐 전담 팀을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락가락 행정이 아닌, 설득력 있는 당국의 정책이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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