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뉴롯데' 인사…'안정'과 '미래' 모두 담았다

'실세' 황각규 부회장 2인자 공식화…신동빈 회장 약속한 '여성CEO'도 배출

입력 : 2018-01-10 오후 5:31:4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경영권 분쟁, 오너 일가 재판,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연루 등 험난한 여정을 보냈던 롯데그룹이 지난해 '뉴롯데' 선포 이후 첫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재판에서 실형을 피하며, 오너리스크가 해소된 가운데 조직의 '안정'과 '미래'를 동시에 내다본 인사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특히 신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첫 여성CEO를 배출 시킨것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급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을 추구했고, 동시에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보다 안정적인 최고경영진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황각규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 부터 '실세'로 통했던 인물이지만, 지난해 인사에선 경영비리 재판 대상에 오르며, 부회장 승진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번 승진으로 롯데그룹 2인자 자리에 공식적으로 등극한 셈이다.
 
1979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황 부회장은 1990년 이 회사 상무에 부임하며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시절 신 회장과도 연을 맺기 시작했고, 이후 오른팔 역할을 줄곧 수행해왔다. 1995년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신규사업, M&A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며 롯데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01년 롯데제약(IY P&F)을 시작으로 롯데카드(동양카드),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 롯데손해보험(대한화재보험) 인수 등은 황 부회장이 주도한 대표적 M&A 사례로 꼽힌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의 사장 승진도 눈길을 끈다. 이 사장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출범을 주도하는 등 신 회장이 약속한 그룹의 혁신 작업들을 전면에서 이끌었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한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도 경영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롯데그룹의 의지를 성과로 보답한 핵심 브레인으로 꼽힌다.
 
그는 1986년 입사해, 정책본부 재무팀장,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등을 거쳤고, 2014년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맡으며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무를 진두지휘해왔다.
 
롯데지주 홍보실에서는 이종현 상무가 전무로, 이병희 상무보가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롯데지주 홍보실은 경영권 분쟁과 오너일가 경영비리 혐의 위기 속에서 롯데의 언론 홍보와 대외 소통 업무를 도맡아 위기관리를 잘해온 만큼 이에 대한 보은성 승진인사로 풀이된다.
 
아울러 롯데는 50대 신임 대표이사를 대거 발탁하고, 첫 여성CEO를 배출하는 등 '미래'에도 방점을 뒀다.
 
특히 50대 초반인 선우영 롯데하이마트(071840) 온라인부문장(51)은 롯데 롭스(LOHB's)의 대표이사로 깜짝 선임되며 '롯데그룹 최초 여성 CEO'의 영예를 안게 됐다. 2012년 처음으로 여성 임원 3명을 배출한지 6년 만에 이뤄진 롯데의 최초 여성 대표이사 선임이다.
 
앞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2015년, 신 회장이 그룹의 개혁을 언급하면서 "2020년까지 반드시 여성 CEO를 배출하겠다"고 밝혔던 약속을 조기에 실천한 셈이다.
 
선우영 신임대표는 롯데하이마트에서 생활가전 상품관리, 온라인 부문 업무 등을 수행하며 옴니채널 사업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여성 인재 육성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김현옥 롯데지주 준법경영팀장은 전무로 승진했고, 인터넷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전혜진 상무보, 그룹의 인공지능(A.I.) 사업 추진을 맡고 있는 김혜영 상무보도 관련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을 인정받아 한 단계 승진했다.
 
김민아 롯데지주 재무3팀장, 여명랑 롯데칠성(005300)음료 브랜드 팀장, 이정혜 롯데백화점 디자인관리총괄, 신영주 롯데슈퍼 전략상품부문장, 황윤희 롯데멤버스 빅데이터부문장, 김지나 롯데카드 브랜드전략팀장은 신임 여성임원으로 발탁됐다.
 
이 밖에 그룹내 최장수 CEO로 분류됐던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김 사장은 2012년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5년여간 롯데제과의 수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 사장은 롯데중앙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롯데 식품사들의 신제품 개발 및 중장기적 식품 관련 경쟁력 확보라는 역할을 맡게 됐다.
 
롯데제과의 신임 대표이사로는 민명기 건과영업본부장이 부사장 승진과 함께 내정됐다. 민 대표이사 내정자는 1985년 롯데제과 입사 후 건과 분야의 전문가로 일했으며, 2008년부터 4년간은 롯데제과 인도 법인을 이끌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의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동분서주 중인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도 50대 CEO로서 이번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대표는 오는 5월 사업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법무기능 강황, 협력사와 상생 등 윤리경영에 매진 중이며, 이같은 노력이 승진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롯데는 11일에도 10여개 사의 임원 인사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후속인사에선 허수영 롯데 화학BU(사업부문)장의 승진여부가 관심사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실형을 면했고, 롯데케미칼이 수년 째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점에서 그의 부회장 승진도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왼쪽)과 선우영 롯데 롭스 신임대표. 사진/롯데지주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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