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중국 굴기가 CES 무대마저 평정할 태세다. 압도적인 참가기업 수를 비롯해 괄목할 기술력에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올해 CES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1379개로, 전체 참가기업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중국 기업들이 CES를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9일(현지시간) 개막한 CES 2018에서 창홍, 하이센스 등 중국의 가전업체들은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과 한국을 턱 밑까지 쫓아온 TV를 전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창홍은 지난해보다 전시부스를 2배 키워, OLED TV를 비롯해 디지털 사이니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마트TV 등을 망라했다. TV 화면에서 소리가 나오는 퓨어사운드 OLED TV, 월페이퍼 OLED TV 등 신제품도 돋보였다.
중국 창홍이 CES 2018에 참가해 다양한 TV 라인업을 선보였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이센스도 미국 아마존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를 함께 탑재한 TV를 내놨다. 알렉사에게 "라스베이거스 날씨가 어때?"라고 질문하자, TV는 "현재 비가 내리고 있다"고 음성으로 답했다. 75인치의 8K ULED TV도 공개했다. 기존 TV와 달리 레이저 프로젝터로 화면을 패널 위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하이센스가 손수 키운 기술이다. 하이센스는 스마트홈 존에서 대화를 하고 에어컨, TV 등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로봇도 선보였다.
CES 2018 하이센스 부스에서 스마트거울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중국의 약진은 가전을 넘어 다양한 볼거리로 이어졌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퓨쳐 모빌리티는 상용 전기차를 공개했다. 전기차 내부에 가로 1.25m 길이의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운전석 계기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보조석에서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넓은 화면으로 화상 통화도 가능하다. 퓨쳐 모빌리티의 전기차는 운전자의 건강 상태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운전자가 자리에 앉으면 시트가 몸무게와 심박 수를 측정하고, 운전자의 얼굴과 손짓도 인식한다. 아마존의 AI 알렉사와 연동, 쇼핑몰에 가는 길에 음성으로 장보기도 가능하다.
중국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는 AI 기반의 개방형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2.0'을 공개했다. 하루 전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진행된 CES 2018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아폴로 2.0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를 시연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중국의 음성인식 관련 시장을 장악한 아이플라이테크는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가해 AI 통번역 기술을 선보였다. 이 업체는 중국어를 영어·한국어 포함 7개 언어로 실시간 통번역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선정하는 글로벌 10대 AI 기업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CES 기조연설도 중국 비중이 컸다. 리처드 유 화웨이 CEO에 이어 치루 바이두 부회장이 10일 AI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리처드 유 화웨이 CEO는 기조연설만 올해가 두 번째다. 통상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선도 기업의 수장이 CES 기조연설을 맡는다는 점에서 달라진 중국의 위상으로 해석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