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기소권 반토막…경찰 1차 수사권 갖는다

"권력기관 상호 견제, '셀프수사' 못 하도록"…검 기소권은 공수처에 분산

입력 : 2018-01-14 오후 5:35:21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은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한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국가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으로 상호견제와 균형, 소위 ‘체크 앤드 밸런스’(checks and balances)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과 수사권 축소로 검찰의 권한은 작아지고, 대공수사권을 잃은 국정원도 기능이 대폭 쪼그라든다. 반면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크게 확대된다.
 
청와대는 우선 검찰 개혁 방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 수사의 공수처 이관 ▲직접수사 축소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앞으로 1차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검찰은 보충수사 등 2차 수사만 하게 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경제와 금융 등 특수수사에만 국한된다. 독점적 권한이던 기소권도 신설할 공수처와 나눈다.
 
조 수석은 “현재 기소를 독점하고 있음에 더해, 아무 제한이 없는 직접수사권한, 경찰 수사 지휘권, 형의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며 “집중된 거대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결과, 검찰은 정치권력의 이해 내지 자기 조직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을 오남용해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정원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고, 국내정치 수집과 대공수사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다. 대북·해외정보 수집에만 전념토록 하기 위함이다.
 
조 수석은 “국내정치 및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 수준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시킬 것”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을 감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감사원의 감사는 받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국정원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법무부 내 3개의 직위(법무실장, 출입국본부장, 인권국장)에 비검사 출신이 임용됐다. 기존 검사장 직위인 범죄예방정책국장은 공모 중이며, 평검사 직위도 10여개 정도의 자리가 외부에 개방됐다.
 
공수처는 단순히 검찰의 기능을 일부 받는 것을 넘어 경찰과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수처는 검사와 판사의 범죄를 수사하고, 고위급 경찰도 수사한다.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의 범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경찰도 인지할 수 있다”며 “자신의 범죄를 자신이 수사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개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은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대신 경찰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현재 제주도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자치경찰제를 전면 실시하고, 국가경찰은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한다.
 
조 수석은 또 “경찰대를 개혁해 수사권 조정 후 특정입직그룹이 경찰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일반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조치해 경찰대 순혈주의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개혁안 상당부분은 국회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며, 검찰의 영장발부 독점문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조 수석이 “그동안이 각종 개혁위와 각 부처 기관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말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청사진을 정하고 여의도 정치권에 던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조 수석은 “권력기구 개편 모습은 청와대가 새롭게 창안해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권, 시민사회, 학계에서 오랜 논의가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에서 그 얼개가 제시된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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